snow

The rooftops are white.
초록 지붕도 하얗게 빛납니다.

지붕 위에도 거리도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 그리고 여전히 내리는 함박 눈 속에서 아이는 너무나 신이 나있습니다. 눈송이도 춤추고 아이도 춤추고 동화 속 주인공들도 함께 춤추고 있는 눈 오는 날입니다. 눈은 언제부터 이렇게 내리고 있었고 아이는 언제부터 이렇게 신이 나 있었던 걸까요?

하늘도, 건물 꼭대기도, 도시도 모두 우울한 잿빛 거리 위에 눈송이 하나가 떨어집니다. 아이가 그 눈송이를 보고 소리쳤어요.

“It’s snowing.”
“와, 눈이다! 눈이 온다!”

하지만 어른들은 무덤덤 합니다. 그깟 눈송이 하나…하는 반응이죠. 아이가 두개의 눈송이를 찾아냈을 때도 어른들은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입니다.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눈이 내리고 있고 신이난 아이와 강아지가 들떠 뛰어 나갈 때도 이건 금방 녹아버릴거라며 어른들의 반응은 무덤덤하기만 해요. 게다 라디오에서도 텔레비전에서도 오늘은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하지만 라디오도 듣지 않고 텔레비전도 보지 않는 눈은 자꾸만 하늘에서 떨어지죠. 처음엔 내리자 마자 녹았던 눈들도 내리고 내리고 또 내리면서 점점 쌓여 갑니다. 회색 빛 도시는 점점 하얗게 하얗게 변해가요.

‘Mothe Goose Books’진열장 위에 서있던 험프티 덤프티,마녀 아줌마와 거위는 눈 내리는 세상 속으로 나와 아이와 함께 한 바탕 즐겁게 춤을 추고 놉니다.

온통 잿빛이었던 첫 장면과 대조적으로 마지막 장면은 파란 하늘에 세상은 온통 하얗게 변해 버렸네요.

지붕 위에도 거리도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 그리고 여전히 내리는 함박 눈 속에서 아이는 너무나 신이 나있습니다. 생기 없는 회색 거리에 내리는 하얀 함박눈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분명 커다란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당장 내일 아침 출근길, 아이가 학교 가는 길이 조금은 걱정스러울지도 모르는 어른들도 분명 눈이 내리는 순간만큼은 옛 추억에 잠시 젖어들게 되고, 하얀 눈으로 덮이는 세상을 바라 보며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림 한 장을 살펴보며 세상의 모든 일이 기쁘고 행복했고 즐거워 작은 일 하나에도 방방 뛰며 들떴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네요. 그래요. 지금은 이것 저것 재고 따지고 생각해야 할 거리들이 많아진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도 눈 덮이 세상 속에서 방방 뛰며 즐거워 하는 아이 모습을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을 보는것 같아서요.


snow
Snow

글/그림 유리 슐레비츠 | Farrar, Straus and Giroux

※ 1999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한 장 한 장 넘길 떄마다 시큰둥한 어른들의 반응에 눈이 내릴까말까 쌓일까 말까 가슴 졸이다 보면 어느덧 아이 마음이 되어버리는 그림책 “Snow”. 잿빛 세상이 눈으로 환하게 될 때까지, 모두들 눈이 오지 않는다 말할 때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게 되는 반전이 너무나 재미있네요.

올 해 첫 눈은 언제쯤 올까요? 함박눈 내린 날,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해야지 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됩니다.

※ 유리 슐레비츠의 “Snow”의 한글판은 “눈송이”라는 제목으로 프뢰벨의 전집에 묶여 있어 단권 구입은 힘들지만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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