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게임에 초대합니다

침묵은 하얀 눈처럼 보드라워요.
쉽게 녹아 없어지는 눈처럼 빨리 사라지기도 해요.

“침묵 게임에 초대합니다”를 처음 읽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것은 시끌벅적한 교실 풍경이었어요. 어린시절  저마다 자기 얘기로 교실이 떠나갈 듯 소란스러워지면 선생님은 꼭 이렇게 소리치곤 하셨죠. “자, 다같이 합죽이가 됩시다, 합!” 그러면 모두 선생님과 함께 “합!”을 합창한 후 입을 꼭 다물었었죠. 1초, 2초, 3초…… 그러다 친구와 눈이 마추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쿡쿡쿡 웃음을 터뜨렸고 이내 웃음은 교실 전체로 퍼져나가곤 했지요. 그러면 선생님은 어김없이 ‘손 머리, 눈 감아!’라고 말씀하셨어요. 벌 받는 기분으로 시작한 손머리 눈감아, 시간이 흐르면서 교실 안에 정적이 감돌며 넘쳐 흐르던 에너지가 차분해져 옴을 느낄 때 선생님이 다시 눈을 뜨라 말씀하시면 왠지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것도 일종의 ‘침묵 게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침묵 게임의 시작은 아주 간단해요. 그저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입을 다무는 것으로 시작 할 수 있거든요. 입을 다물고 나를 둘러싼 공기와 소리에 가만히 집중하는 것으로 침묵 게임을 시작할 수 있어요.

침묵 게임은 놀라운 생각을 떠오르게 합니다. 무언가를 더 잘 이해하고 싶거나 생각을 더 뚜렷이 하고 싶을 때, 편안히 잠 들고 싶을 때도 침묵 게임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어요. 침묵은 때론 친구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 내가 친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려주기도 하죠. 어색한 사람과는 잠시의 침묵도 못견딜 만큼 힘든 시간이지만 편한 사람과는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어도 힘들지 않거든요.^^ 하지만 너무 오래동안 침묵하게 되면 화가 나있다는 증거가 될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침묵은 거리를 깨끗이 청소하는 빗자루같이 머리속을 깨끗하게 정리해 준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이 무엇인지를 구분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죠. 침묵을 통해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동안 우리는 평소 듣지 못했던 주위의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여 볼 수 있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힐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아무 준비 없이 그 자리에서 내가 원할 때 자기만의 방법으로 바로 시작 할 수 있다는 점이 침묵 게임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너무 바빠요, 시간이 모자라요, 하루가 너무 짧아요 라고 습관처럼 외치고 계신가요? 그럼, 침묵 게임을 권해드립니다. 너무 바쁜 당신, 언제나 시간이 모자란 당신, 하루가 너무 짧아 안타까운 당신을 침묵 게임에 초대합니다!


침묵 게임에 초대합니다
책표지 : Daum 책
침묵 게임에 초대합니다

(원제 : La Mia Invenzione)
실비아 베키니 | 그림 마리아 히론 | 옮김 유지연 | 정글짐북스

현대는 ‘자기 어필의 시대’라고 하죠. 어떻게든 자기 주장, 자기 생각을 더 내세우려고 하는 요즘, 그것과 정반대의 개념인 침묵이란 무엇이며 침묵 게임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그리고 침묵이 가져다 주는 놀라운 효과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조리있게 설명하는 그림책 “침묵 게임에 초대합니다”. 잠시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내부로 스며들어 보는 것,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시간일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말을 즐기되 좋은 생각이 떠오르도록 이따금 침묵으로 쉬어가는 것,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내 마음 속에 무엇이 있는지 나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가끔은 나의 말보다는 다른 이의 말을 경청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간을 갖는 것. 침묵 게임은 우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비워주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