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 행복해 정말 행복해

가오리연을 날리는 큰 아이도, 비닐 봉지 연을 날리는 작은 아이도, 모자로 연 날리기를 시도하는 꼬마 아이도, 그리고 아이들의 연날리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도 모두 재미있습니다. 푸른 하늘에 띄운 제각각의 연, 너른 땅위를 달리는 아이들,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기고 있는 모습이 아주 행복해 보이네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에 제 마음이 다 탁 트이는 것만 같아요.^^

어린시절에는 아주 작은 것 하나도 신기하고 재미있고 행복했지요. 달리기에서 아주 근소한 차로 꼴등을 면해 행복했고 아빠가 일찍 퇴근하신 날도 아주 행복한 날이었어요. 뗄까 말까 만지작 만지작 망설이다 잡아뗀 상처 딱지가 깨끗하게 똑 떨어져서, 꾸깃꾸깃 뭉쳐서 던진 종이가 휴지통에 쏙 들어가서, 도시락 반찬통을 열었는데 소시지 계란부침이 들어있어서 행복했죠. 엄마 무릎 베고 누워 두 눈 지그시 감고 귀를 팔 때조차 행복했던 시간들. 생각해 보면 지나간 시간들 속에는 기분 나쁘고 불행했던 순간 보다 기분 좋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더 많네요.^^

그림책 속의 삼남매, 그 삼남매 곁을 늘 얼룩 고양이가 따르고 있어요. 아이들은 따뜻한 햇살 아래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마음껏 뛰놀 데가 있고,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혼자가 아니라서, 비밀 얘기 들어줄 사람들이 있어서, 연을 따라 힘껏 달릴 수 있고, 이렇게 멋진 날에 재미있게 놀 수 있고, 밖이 보이는 넓은 창이 있고,  따뜻한 담요와 기댈 곳이 있고, 누군가를 안고 있을 자리가 있고, 그리고……

기다려지는 내일이 있어서

행복해 행복해 정말 행복해

그림책 원제 그대로 이런 상태를 ‘Perfect’라 할 수 있겠죠? 보는 이마저 행복함에 물드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해~’ 라고 말하고 싶네요.^^ 굳이 느낌표를 붙이지 않아도 행복함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그래서 보는 이마저 행복해지는 그림책 “행복해 행복해 정말 행복해”였습니다.


행복해 행복해 정말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정말 행복해

(원제 : Perfect)
대니 파커 | 그림 프레야 블랙우드 | 옮김 권준성 | 키즈돔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잔잔하면서도 리듬감 있게 들려주는 대니 파커의 글과 프레야 블랙우드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그림책 한 장면 한 장면이 읽는 이에게 잔잔한 행복을 선물하는 그림책입니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남들이 그래야만 한다는 기준에서 오는 것이 아닌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 행복 아닐까요. 메시지나 교훈에 대한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보고 느끼고 상상하며 즐길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한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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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산
봄산
2016/02/20 10:25

프레야 블랙우드 그림은 늘 애잔하던데 여기서는 행복한가봐요. 갑자기 멀리 떨어져사는 언니, 오빠가 보고 싶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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