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

어느 날 아빠는 아이에게 우주를 보여주겠다며 한밤 중 아이 손을 잡고 길을 나섰어요. 아빠는 아이가 우주를 볼 만큼 자랐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아빠가 보여주겠다는 우주가 무엇인지 영 알쏭달쏭합니다. 힘이 들 만큼 오랫동안 걸어서 도착한 들판, 아빠는 그곳이 우주라고 합니다. 멍멍이를 데리고 산책 나왔던 풀밭하고 똑같은 이곳이 우주였다니……

깜깜한 들판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돌 위를 기어가는 달팽이가 보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 엉겅퀴, 그리고 밤하늘을 올려다 보고있는 아빠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모든 게 우주인가 보다 생각하고 있는 아이를 본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어이, 꼬마 친구! 우주를 보려면 하늘을 봐야지.”

아빠 말을 듣고 올려다 본 하늘엔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빠가 신나게 이야기하는 쌍둥이 자리니 토끼자리 같은 별자리들은 아이 눈엔 보이지 않아요. 그저 까만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보일 뿐이었죠. 아빠는 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아이를 번쩍 안고는 지금 보이는 별들 중에는 벌써 사라져 없어진 별도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지금 이렇게 눈으로 보고 있는 데 말이에요.

돌아오는 길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걷던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아빠는 네가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난 오늘 아빠가 보여준 우주를 영원히 기억할 거예요.”

아이가 영원히 기억하겠다 약속한 우주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이 주변을 꼬물꼬물 기어가던 달팽이와  작은 꽃 그리고 웅덩이에 비친 밤하늘을 올려다 보던 아빠의 모습 아닐까요?

아주 오래된 기억들 중에는 좀처럼 잊혀지지 않고 마음 속 깊이 남아있다 어느 순간 문득문득 깨어날 때가 있습니다.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짓게 만들고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기분 좋은 기억들이죠.

아빠가 우주를 처음 보여준 날, 아빠와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들이 바로 아이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별입니다. 그 큰 사랑 속에 온 우주가 담겨있습니다.


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

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

(원제 : When Dad Showed Me the Universe)
울프 스타르크 | 그림 에바 에릭슨 | 옮김 사과나무 | 크레용하우스

아이에게 우주를 보여주겠다면서 아이 보다 더 들떠있는 아빠의 모습, 아빠의 야심찬 목표와 달리 아직은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먼저 눈길이 가는 아이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강아지와 산책 나왔던 그 들판이 우주로 변신한 밤, 짙푸른 밤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알쏭달쏭하면서도 재미나고 행복한 추억을 가득 담아온 아빠와 아이의 행복한 추억을 담은 그림책 “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입니다.

스웨덴의 대표 아동 문학 작가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바 있는 울프 스타르크의 재미와 감동이 담긴 글에 파스텔과 색연필로 그린 에바 에릭슨의 부드러운 그림이 은은하면서도 따뜻하게 이야기를 살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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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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