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

가볍다
너무 가벼워서
깃털보다 가벼워서
답삭 안아 올렸더니
난데없이 눈물 한 방울 투투둑
그걸 보신 우리 엄마
“얘야, 에미야, 우지 마라
그 많던 걱정 근심 다 내려와서
그렇니라” 하신다

아, 어머니

오래도록 그림 한 장에 눈길이 머뭅니다. 그러다 가만히 혼자 ‘엄마~’ 하고 불러봅니다. 마음이 일렁입니다. 뭉클해집니다. 괜스레 목도 메여 오구요.

엄마라는 말보다 더 뭉클하면서도 마음 편하게 해주는 말이 있을까요. 가만히 엄마라고만 불러도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일시에 평온해 집니다. 축 처졌던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엄마는 종교나 이념 그 이상을 넘어선 참으로 숭고하고 거룩한 존재입니다.

그림 한 장에 마음이 뭉클해지는 아침입니다. 엄마를 꼬옥 안고 그간 걱정 근심으로 고단했을 지난 시간을  토닥여드리고 싶은 봄날입니다.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오래도록 내 엄마로 곁에 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어머니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
책표지 : Daum 책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

글/그림 윤석남 | 사계절

할머니 굽은 등 위로 개미, 거미, 달팽이가 꼬물꼬물…… 할머니 등 위에서 공생 중입니다. ‘꼬부라진 등도 쓰임새가 있다’는 말에 웃음 짓습니다.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라는 독특한 그림책 제목에 마음이 먼저 따뜻해지는 이 그림책은 서양화가 윤석남 님의 드로잉 32점과 에세이가 담긴 한 권의 작품집입니다.

윤석남 작가는 마흔의 나이에 화가로 입문해 38년 동안 강인한 모성과 여성의 힘, 생태, 자연을 주제로 설치, 조각, 회화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화가입니다. 저는 2015년 봄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윤석남- 심장 전’을 통해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모성’을 기본 바탕으로 이 책은 세 가지 테마를 담고 있어요. 윤석남 작가 자신의 이야기, 어머니와 남편, 딸과의 관계를 담은 이야기, 세상과의 관계를 담은 이야기가 담겨있죠. 그래서 제목도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입니다.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 윤석남 화가의 드로잉에 자기 고백조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을 읽다보면 어머니 속에 겹쳐지는 할머니의 모습,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과 내 딸의 모습을 발견하며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게됩니다.

내 어머니의 일기장을 보는 듯 뭉클한 에세이 그림책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 엄마의 일상에도 외로움이 있었고 반짝 아름다운 순간과 사랑이 있었고 누구보다 가슴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는 사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슬프고 뭉클한 세상 모든 다정씨의 이야기가 이 한 권에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2 Replies to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

  1. 저는 아직은 못보겠네요. 슬픔이 채 가시질 않아서요. 하지만 그게 시간이 더 흐른다고 가셔질 것 같지는 않고요. 책 한 권 보는데도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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