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여름이 되자, 할머니는 ‘아! 이제야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과일 따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할머니는 한 때 도시에서 살았어요.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이 소란스러워지고 복잡해지자 시골로 이사하기로 결정했죠. 조용한 시골에서 좋아하는 책에 흠뻑 빠져 지내려는 꿈을 꾸셨을까요?  짐을 꾸려 시골로 가는 기차를 타고 이사를 한 할머니, 하지만 이사를 하고 보니 집 안에도 집 밖에도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손님(아기 양)이 찾아와 돌봐 주어야 했던 봄, 할머니는 젖병에 우유를 담아 양에게 먹이면서도 열심히 책을 읽으셨어요. 여름이 되자 할머니는 좋아하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과일 따는 일이 기다리고 있네요. 그 과일들로 겨울을 대비해 잼도 만들어 두어야 했구요. 할머니는 가을에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장마철이 너무 일찍 찾아왔어요.  집 밖에 있는 물건들이며 동물들까지 모두 집 안으로 들이느라 할머니의 일상은 여전히 바쁘기만 합니다. 그 비는 겨울까지 내렸고, 이제는 우비를 입고 땔감을 장만해야 하는 할머니, 소란스런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로 이사했지만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서 살아가야 하는 시골에서의 삶은 여전히 바쁘기만 하네요.

하지만 겨울이 깊어지자 그제야 모든 것이 평화롭고 조용해 졌습니다.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는 이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요? 마지막 페이지를 꼭 찾아 보세요……. 마지막 페이지의 여운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해준답니다.^^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책표지 : 파랑새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 원제 : The Old Woman Who Loved to Read)

글/그림 존 윈치, 옮긴이 조은수, 파랑새어린이

누구나 꼭 하고 싶은 일, 꿈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거예요. 하지만 일상에 치이고 밀려나면서 자꾸만 미뤄지고 미뤄지기만 합니다. 할머니 역시 좋아하는 책 읽기가 자꾸만 일상의 작은 일들에 밀리고 밀려 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조급해 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 바쁜 중에도 주변을 알뜰히 챙기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가는 할머니의 미소와 여유를 마주할  때마다 나의 조급한 마음도 내려 놓게 되네요. 바쁜 삶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살뜰히 보살피는 할머니의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롭습니다. 책 읽기가 자꾸만 다른 계절로 밀려나는 데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보다 훈훈한 미소를 짓게 되는 이유도 그래서인가 봐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씌여진 글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풍부한 그림이 한 장 한 장 너무나도 아름다워 어느 그림을 골라야 할 지 오랫동안 망설였던 그림책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인생은 꿈꾸는 시간과 일상과 마주하는 시간 그리고 그것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고 설켜 이루어 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