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세어 봐!

황금빛 초원에 앉아 한데 엉켜 뒹구는 무리를 지켜보네.
물을 마시다, 번뜩 무언가 풀숲에서의 움직임,
눈길을 잡아채네.
그의 왕좌를 탐내는 도전자인가?
사자는 갑자기 울끈 힘을 주고, 거대한 머리를 뒤로 젖히며
크으르렁 울부짖네.
하지만 그건 단지 사냥감을 몰고 돌아오는 암사자 한 마리일 뿐.
사자는 다시 앉아 고요히 바라보네.
사자가 무엇을 보았는지 누가 알가?
하나의 왕.
사자 한 마리.

힘과 권력의 상징 사자. 하지만 지난 50년간 그들이 살던 드넓은 초원을 사람들에게 빼앗겨 오면서 야생에서 살고 있는 사자의 수는 1960년대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현재 아프리카사자의 보호 상태는 VU(취약)입니다.

※ 보호 상태(Protection Status) : 멸종 위기 등급을 표시하는 것

  • EX : Extinct – 개체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음
  • EW : Extinct in the Wild – 야생에서 멸종
  • CR : Critically Endangered – 위급
  • EN : Endangered – 위기
  • VU : Vulnerable – 취약
  • NT : Near Threatened – 취약 근접
  • LC : Least Concern – 관심 대상

“나를 세어 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들의 보호 실태를 한 눈에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세밀한 목탄화로 그려진 멸종 위기의 동물들, 작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을 한 마리 두 마리 세어 보라고 권합니다. 사자 한 마리, 고릴라 두 마리, 기린 세 마리, 호랑이 네 마리, 코끼리 다섯 마리, 에티오피아늑대 여섯 마리, 펭귄 일곱 마리, 바다거북 여덟 마리, 마코앵무새 아홉 마리, 얼룩말 열 마리.

그런 다음 작가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새끼를 돌보고 자신들의 영역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야생 동물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식으로 그들의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고 그들의 삶을 위협했는지도 이야기합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뒤 다시 한 번 그림책 속 동물들을 세어 봅니다. 사자 한 마리, 고릴라 두 마리, 기린 세 마리…… 정말로 이 세상에 사자가 단 한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황제펭귄이 겨우 일곱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은 야생 동물들을 작가가 남긴 그들의 초상 말고는 볼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되겠죠.

나를 세어 봐!

“나를 세어 봐!”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첫 장면의 카리스마 넘치던 사자와는 달리 사자의 뒷모습은 왠지 무기력해 보입니다. 사라져가는 자신들을 힘 없이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우리 인간들에게서 등을 돌린 것일까요?

그 답은 영화 “야성의 엘자(Born Free)”의 주인공이자 야생 동물 보호 단체인 본프리 재단의 설립자인 버지니아 맥케너의 추천사로 대신합니다.

야생의 동물들도 우리처럼 만족과 슬픔을 느끼고, 어린 자식을 보호하며, 때로는 용감하게, 때로는 두려워하며 살아갑니다. 이 책의 멋진 글과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이 내가 경험한 경이로움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덮는 순간, 더 이상 무거운 마음으로 이 동물들의 수를 세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기쁨으로 그 수를 셀 수 있는 날을 기대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인간과 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그날을 꿈꾸면서……

– 버지니아 맥케너(국제 야생 동물 보호 단체 ‘본프리 재단’ 설립자)의 추천사 중에서


나를 세어 봐!

나를 세어 봐!

(원제 : Counting Lions : Portraits from the Wild)
케이티 코튼 | 그림 스티븐 월턴 | 옮김 조은수 | 한울림어린이
(발행일 : 2016/04/15)

“나를 세어 봐!”는 사라져 가는 야생 동물들의 이야기를 멋진 목탄 세밀화로 그려냄으로써 인간과 야생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꿈꾸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을 그린 스티븐 월턴은 그리고 싶은 대상을 사진으로 먼저 찍은 뒤 그 사진을 보고 그린다고 합니다. 그림 그리는데 목탄을 주로 사용하는데 목탄의 특성을 살려서 다양한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해요. 그가 그린 “나를 세어 봐!”의 주인공 야생 동물들의 초상화도 멋지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 역시 마음을 쏙 빼앗길만큼 멋져서 아래에 링크해봤습니다. 책 표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담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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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없어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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