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장

약장수 주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다.

시골 장날 약장수 좌판 앞에 사람들이 시끌시끌, 만병통치 신비하고 영험한 약을 파는 약장수 아저씨도 원숭이도 구경꾼들도 신이났습니다. 흥겨운 시골 장터 분위기에 취해, 아저씨의 현란한 말솜씨에 취해, 원숭이의 재미난 재주넘기에 취해 모두가 즐겁고 신이 나는 장날, 한 번만 먹으면 세상 어떤 병도 단번에 싸악 고칠 수 있다는 약장수 아저씨 말은 믿거나 말거나~ ^^

딸내미 친구들이 시험 끝나면 가고 싶은 곳 후보에 학교 근처 재래시장이 올랐다고 하더군요. 손에 손 잡고 시장에 들러 순대에 떡볶이,튀김, 팥빙수도 사먹고, 여유가 된다면 족발도 사먹고 오겠다나 어쨌다나…… 재잘재잘 시끄럽게 떠들 아이들의 수다 소리, 꺄르륵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아 피식 웃었습니다.

꽃같은 여고생과 재래시장은 어째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요기조기 돌아다니며 눈요기도 하고 요것조것 맛난 것도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으니 재래시장 구경가는 것도 제법 괜찮다나요. 재래시장이 아이들과 가까워졌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 뭐랄까요, 장터 특유의 구수한 맛은 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깨끗하게 포장된 과일이며 야채들, 이미 찍어서 붙여놓은 가격표 때문에 마트에 가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말입니다. 그래도 시장하면 에누리와 덤 사이에 오고가는 넉넉한 인심이 제일 먼저 떠오르잖아요.^^

친정 부모님과 여행을 가게 되면 부모님이 마지막 날에 꼭 들르는 곳이 시골 장터입니다. 작은 바구니에 들에서 뜯은 나물이며 직접 기른 소박한 물건들을 들고 나와 장터 곳곳 삼삼오오 모여 앉아 무언가를 팔고 있는 시골 할머니들이 모인 시골장을 구경하는 것은 참 재미납니다. 열린 마음으로 가격을 흥정하고 더 주네 마네하면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는 풍경들, 꾸깃꾸깃 모아온 검정 봉다리에 더는 안된다면서도 한 주먹 더 담아주는 할머니들, 쩐내 나는 전대 안에서 나온 짤랑거리는 동전들이며 반으로 접힌 침 묻은 지폐들이 손에서 손을 오가고, 먹어보라며 내미는 싱그러운 과일 조각이며 방금 막 튀겨낸 튀밥들…….

시끌벅적 정신 없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좀 더 둘러보면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살까 싶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한 시골 장터가 가끔 생각난다는 제 말에 친정 엄마가 말씀하십니다. 너도 이제 어른 다 됐네~ 라구요. ^^

당나귀 팔러 온 할아버지 귀는 당나귀 귀, 돼지 팔러 온 할아버지 코는 돼지 코, 토끼 입을 꼭 닮은 토끼 팔러 온 할머니, 종아리가 닭살인 닭 팔러 온 할머니, 원숭이 얼굴을 쏙 빼닮은 약장수가 데려온 원숭이. 그림책 속 시골 장터의 풍경이 온 몸으로 느껴집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청양장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청양장

청양장

공광규 | 그림 한병호 | 바우솔
(발행일 :2016/04/04)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야채 파는 할머니들 앞을 지나치는 당나귀와 당나귀 귀를 꼭 닮은 할아버지, 뻥~ 하고 터지는 뻥튀기 소리에 깜짝 놀라 왕방울만 눈이 된 송아지 팔러온 할아버지 , 도망치는 수탉을 쫓는 할머니 종아리에 돋은 닭살, 그림책 한 장 한 장 팔러나온 동물과 주인이 꼭 닮아 있어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정성과 사랑으로 키워냈기에 서로 닮아 간 것이겠죠.^^

공광규 시인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시골 장터는 생명력 넘치는 한병호 작가의 그림과 만나 읽는 이에게 고향의 향수를 전해줍니다. 자신이 직접 기르고 거둔 것들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든 시골 장터의 익살스러운 모습 속에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 사는 냄새와 맛을 전해주는 그림책 “청양장”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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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수
정경수
2016/07/02 18:33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어려울 것 같았는데… 쏙 빠져들더라구요.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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