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한가로이 산책하는 이들이 보이는가 하면 친구들과 공을 따라 이리저리 몰려 다니며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도 보이는 공원의 풍경을 담은 그림입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기도 하고 사람 사는 내음 물씬하도록 왁자지껄해 보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은 그림 한 장. 이 그림 속에서 여러분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는 과연 누구일까요?

그림 정중앙에서 약간 오른 쪽에 한 소년이 보입니다. 나무 뒤에 자신을 감춘 채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쓸쓸하고 애절한 모습에 소년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소년의 시선을 가만히 따라가보니 파란 벤치 위에 다소곳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소녀가 있습니다. 소녀를 향한 소년의 짝사랑인 걸까요? 아니면 소년이 소녀의 마음을 아프게 한 걸까요?

소년의 이름은 에밀리오예요. 에밀리오는 맨디라는 소녀를 좋아했지요. (…중략…) 맨디도 에밀리오를 좋아했어요. 아주 많이 좋아했지요. 하루는 맨디가 에밀리오에게 책을 한 권 선물로 주었어요. 그런데 에밀리오가 깜박하고 그 책을 공원 벤치에 두고 왔어요. 둘이 다시 찾으러 갔을 때 책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요. 맨디는 마음이 너무 상해서 에밀리오에게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에밀리오는 밤새 한 숨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에밀리오는 맨디가 항상 오는 시간에 맞춰 공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맨디는 늘 앉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에밀리오는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맨디에게 다가가던 에밀리오의 눈에 예쁜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에밀리오는 꽃을 따서 맨디에게 내밀었습니다. 에밀리오가 온 줄 알면서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맨디는 꽃을 땅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에밀리오를 완전히 무시한 채 책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죽을 것만 같은 에밀리오는 차오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걸으면서 가까스로 눈물을 추스린 뒤 에밀리오는 뒤를 돌아봅니다. 혹시라도 맨디가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하지만 맨디는 여전히 책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 맨디의 마음을 영영 되돌릴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에밀리오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습니다.

풋사랑이 안겨준 사랑의 아픔에 힘겨워하는 소년 에밀리오에게 어떤 위로와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맨디는 영원히 에밀리오를 용서하지 않을까요? 아직은 순진하고 어리숙하기에 자신들의 감정에 더욱 충실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그 어떤 사랑보다도 달콤하지만 오래도록 지켜내기가 쉽지 않은 첫사랑. 풋풋한 에밀리오와 맨디의 풋사랑의 나머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달려 가세요~ ^^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책표지 : Daum 책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원제 : El Arenque Rojo)
곤살로 모우레 | 그림 알리시아 바렐라 | 옮김 이순영 | 북극곰
(발행일 : 2016/06/19)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는 열두 장의 그림과 일곱 편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책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다 듣기 위해서는 열두 장의 그림을 모두 일곱 번 들여다봐야 합니다. 한 번 두 번 보고 또 보다 보면 앞에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들의 삶이, 이야기 속에 다 담아내지 못한 그들의 삶이 눈에 들어옵니다.

곤살로 모우레의 애틋한 이야기와 알리시아 바렐라의 잔잔하면서도 섬세한 그림으로 담아낸 공원은 우리네 삶의 축소판입니다. 그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의 유영에 비친 삶의 물결 속에 우리들 소박한 삶의 온기와 사랑의 자욱이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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