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연어

20160920_03

서울에서 한시간이면 도착하는 친정집이 설이며 추석 명절이면 참 멀기만 합니다. 언제쯤이면 도착할 것 같은지 몇 번이고 전화로 확인하시는 엄마 목소리, 시간을 잘 보고 나오지 그랬냐고 타박하시면서도 벌써부터 창가를 서성이고 계실 아빠 생각에 자꾸만 조바심이 쳐집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로에 줄지어 선 차량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때가 되면 본능적으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귀향을 하는 연어 떼가 떠오르곤 합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고향을 떠나온 지 반세기가 넘었는데도 늘 고향 음식, 할머니의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음식들을 그리워하셨습니다. 어렵고 고단한 시절 뭐하나 제대로 된 먹거리라고는 없었을 시절이었음에도 친정 엄마는 지금도 돌아가신 외할머니 손으로 빚은 음식들이 그립다 하십니다. 저 역시 왠지 몸이 축축 늘어지는 날이면 엄마 음식이 당기곤 합니다. 어린시절 손도 대지 않았던 호박나물이며 고추찜, 도라지무침, 올갱이국, 콩나물 무침…… 하다 못해 엄마가 방앗간에서 짜서 보내주신 들기름이 들어간 음식이라도 제 손으로 해 먹어야 기운이 나는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가슴 한 켠 아련하게 품고 있는 고향의 이미지 속에는 그 시절의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했던 따뜻한 시간들, 그리고 가슴 찡한 추억이 함께 배어있기 때문이겠죠.

잘 먹고 잘 쉬었다 돌아왔으니 이제 또 열심히 살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


연어
책표지 : Daum 책
연어

김주현 | 그림 김주희 | 고래뱃속
(발행일 : 2016/07/31)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연어”는 바다에서 자라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이 태어났던 강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한살이를 아코디언 북에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굶주린 고래와 바다사자, 물개, 갈매기, 그리고 인간의 그물을 피해 어릴적 맡았던 강물 냄새를 되새기며 어릴 적 떠나왔던 강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연어 떼를 따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연어의 고향에 도착해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짝을 만나 알을 낳은 연어는 길고 고단한 여정을 마무리하고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연어의 몸은 먹잇감이 부족한 추운 겨울 배고픈 동물들의 귀한 먹을거리가 될 수 있어요.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고 고향에 도착해 낳은 연어의 알들은 홀로 깨어나 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물이 따듯해지기 시작하면 자신의 고향 숲과 강물의 냄새를 간직한 채 바다를 향해 나아갑니다.

바다로 간 지 사 년이 지나면, 연어들은 엄마 아빠가 그랬듯이 바다의 풍성함을 가득 안고 알을 낳기 위한 놀라운 여행을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연어의 일생을 담담한 문체로 전달하는 김주현 작가의 글에 흑백의 선 굵은 그림으로  파노라마처럼 연어의 삶을  보여주는 김주희 작가의 그림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습니다(참고로 김주현, 김주희 두 작가는 자매라고 합니다. “연어”는 자매가 함께 만든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해요). 연어의 삶과 사계절이 그림책 한 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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