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책표지 : Daum 책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원제 : Lei. Vivian Maier)
글/그림 친치아 기글리아노 | 옮김 유지연 | 지양사
(발행 : 2016/11/05)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Vivian Maier
출처 : VivianMaier.com

흑백 필름의 사진들이 인터넷의 작은 공간에 올려집니다. 사진을 본 사람들은 뜨거운 찬사를 보냈고, 마침내 사진전까지 열렸습니다. 사진전은 크게 성공하고 급기야는 이 멋진 사진들을 찍은 사진 작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제작됩니다. 바로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영화로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제87회 아카데미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최종 후보로까지 올라갔었습니다.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난 비비안 마이어는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로 생계를 유지하며 틈만 나면 여행을 하면서 거리의 사람들을 사진에 담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렌즈 두 개 달린 카메라 롤라이플렉스로 찍은 수많은 사진들을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작은 창고를 빌려 그 사진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2007년 어느날 보관료를 내지 않은 채 방치된 창고들이 경매에 나왔고 자신의 역사책에 쓸 과거 사진을 찾다 우연히 경매장에 들렀던 존 말루프라는 청년에 의해 오래도록 창고 속에 갇혀 있던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이 세상에 공개됩니다.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는 비비안 마이어가 가장 아꼈던 롤라이플렉스를 화자로 삼아 그녀의 일생을 잔잔한 톤으로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작가 친치아 기글리아노는 이 작품으로 2016년 이탈리아 안데르센 예술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찰칵, 눈을 한 번 깜빡이면 되었어요.
눈꺼풀을 한 번 감았다가 뜨면, 세상은 비비안이 발견한 모습 그대로 멈추었어요.

우리는 뉴욕의 거리를 누비고 다녔어요.
사람들은 영혼과 그 이야기를 끌어내고 싶었지요.
비비안은 뉴욕에서 태어났고 누구보다 이 도시를 사랑했어요.

비비안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이야기가 그 모습을 드러냈어요.
낯선 풍경, 서로 다른 나라말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채워진 이야기 말이에요.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비비안은 보모로 일하면서 돌보는 아이들과 한집에서 살았어요.
하지만 자기 방이 따로 있었지요.
비비안의 방은 특별히 주문한 자물쇠가 있는 혼자만의 왕국이었어요.
아무도 비비안을 방해할 수 없었어요.
사람들은 비비안의 삶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비비안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언제나 그녀의 심장 가까이에 있었을테니(이 카메라의 특성상 책표지의 그림과 같이 가슴팍에 카메라를 대고 내려다보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녀에 대해서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것만 같은 그녀의 카메라. 그녀만큼이나 독특한 롤라이플렉스 카메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1950년대 뉴욕의 작은 골목길에 선 채 오 헨리의 단편 소설들을 줄줄 외우고, 화가 나면 프랑스 말로 투덜거리기도 하고, 다리 긴 황새처럼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을 그녀를 찾아 두리번 거리게 됩니다.

작년에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가 워낙에 인상적이었던 탓에 저는 그림책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구입을 했습니다. 저에겐 영화보다 더 깊은 여운을 주는 그림책입니다만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그녀의 삶과 그녀가 남긴 사진들에 관심을 보이고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나름대로의 시각과 생각이 있으니 그림책 속에 담긴 한 여인의 여운 깊은 삶을 제 나름대로의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 계절에 참 잘 어울리는 그림책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커피향 가득한 한적한 동네 찻집에서 이 그림책과 함께 흑백 필름만이 담아낼 수 있는 묘한 느낌으로 가득한 뉴욕을, 독특한 수수께끼 같은 한 여인의 삶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 관련 자료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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