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위의 죽음

사과나무 위의 죽음

(원제 : Der Tod Auf Dem Apfelbaum)
글/그림 카트린 셰러 | 옮김 박선주 | 푸른날개
(발행일 : 2016/10/01)


여우 할아버지에게 잡힌 족제비는 소원을 들어줄테니 제발 잡아먹지 말라고 부탁을 합니다. 소원이라는 말에 마음이 혹해진 할아버지는 곰곰이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이렇게 말했어요.

“누구든지 내 사과나무에 손을 대는 녀석은
영원히 그 자리에 딱 붙어 버렸으면 좋겠어.
단, 봄에 찾아오는 벌들은 빼고!”

사과나무 위의 죽음

그러던 어느 날 사과나무 아래로 ‘죽음’이 여우 할아버지를 찾아옵니다. 여우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사과 한 알만 따 달라며 ‘죽음’을 사과나무 위로 올려보내 ‘죽음’을 주문에 걸린 사과나무에 찰싹 달라붙게 만들었어요. 사과나무 위에서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된 ‘죽음’을 바라보며 여우 할아버지는 춤까지 추면서 좋아했어요.

“바보! 내가 주문을 풀기 전까지 넌 절대로 내려올 수 없어!
그럼 난 영원히 천 년 만 년 살 수 있겠지?”

시간은 흘러갔고 ‘죽음’은 계속해서 여우 할아버지의 사과나무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는 사이 여우 할아버지는 점점 더 늙어갔고 사랑하는 아내며 친구들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게 됩니다. 이제 숲 속에는 모두 낯선 여우들 뿐이었고 여우 할아버지는 어디에서건 외톨이었죠.

사과나무 위의 죽음

여우 할아버지는 계속 늙어갔고 ‘죽음’은 사과나무 위에서 계속 기다렸어요. 온 몸이 아프고 한쪽 눈은 보이지 않고 양쪽 귀는 들리지 않았고 사과향기도 맡을 수 없게 된 여우 할아버지는 기쁨을 느끼는 법도 모두 잊어버린 것 같았어요. 어느 이른 아침, 여우 할아버지는 느릿느릿 사과나무를 향해 걸어가 ‘죽음’을 풀어줍니다.

나무에서 내려온 ‘죽음’이 할아버지를 꼭 껴안자 여우 할아버지는 가슴 속까지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둘은 그렇게 먼 여행을 함께 떠났답니다.

작가 카트린 셰러는 ‘죽음’을 무시무시한 모습이 아닌 하얀옷을 입고 찾아온 천사처럼 표현했어요. 어찌보면 ‘죽음’은 여우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해요. 이처럼 하얀 옷을 입고 진짜 죽음을 앞둔 여우 할아버지를 찾아온 ‘죽음’의 모습에는 우리의 삶 안에 삶과 죽음이 늘 함께 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듯 보입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끝이라는 순간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이, 그리고 우리 주변 모든 이들이 더욱 소중한 것 아닐까요? 삶과 죽음이란 무엇이며 죽음이 없는 삶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그림책 “사과나무 위의 죽음” 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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