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그리고 벤

노인이 벤을 만난 것은 아직은 봄이라 부르기엔 너무 이른 눈도 채 녹지 않은 어느 날이었습니다. 노인은 산책길에 쓰러져 있던 죽어가는 꿀벌 한 마리를 외면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그렇게 데리고 온 꿀벌에게 벤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참 서툴렀습니다.

정성 담은 꿀, 향기로운 꽃, 사랑과 관심 속에 벤은 몸을 차츰 회복해 갑니다. 노인은 회복되어 가는 벤을 지켜보며 지난 과거를 떠올립니다. 여름 창가에 앉아 오래도록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 노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 도서관을 좋아했던 아이, 지금은 가슴에 묻혀있는 아이…… 벤을 통해 먼 기억 속에서 소환된 아이를 떠올리는  노인.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습니다.

선인장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던 집안이 벤을 위한 각양각색의 꽃을 피운 초록 식물로 가득해졌습니다. 오래전 아픈 기억 속에 슬픔과 그리움을 가슴 절절히 간직하고 살아가던 노인은 작은 생명을 통해 곁에서 자신의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전하고 싶은 사랑과 그리움을 풀어갑니다.

다시 봄이 왔습니다.

노인의 가슴에 남은 상처처럼 영원히 녹을 것 같지 않았던 꽁꽁 언 마을에도 다시 봄이 찾아옵니다.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로 가득한 날들 속에서도 무정하게 계절은 지나고 다가오면서 시간은 흘러갑니다. 모든 상처받은 존재들이 이 겨울 편안히 회복할 수 있기를…… 그리고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그림책 속에서 희망을 만납니다. 먼저 다가온 봄을 봅니다.


다시 봄 그리고 벤
책표지 : Daum 책
다시 봄 그리고 벤

미바 / 조쉬 프리기 | 그림 미바 | 우드파크픽처북스
(발행 : 2017/01/12)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다시 봄 그리고 벤”은 80페이지 짜리 그래픽 노블입니다. 이른 봄 길가에서 데려온 몸이 아픈 꿀벌과 마음이 아픈 노인이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며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몽환적인 색감과 그림으로 담담하게 담아냈습니다. 절제된 그림 속에 뚝뚝 묻어나는 다양한 감정들과 기억들이 누구나 한 번쯤 가슴에 묻었을법한 기억들을,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줍니다.

오래 전 아이를 잃은 남자가 있습니다. 남자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그는 오랜 시간을 자책하며 보내 왔습니다. 이른 봄, 남자는 죽어가는 어린 꿀벌을 발견합니다. 남자는 꿀벌에게서 자신의 아이를 봅니다.

눈도 녹지 않은 이른 봄, 노을에 잠겨 있는, 좀처럼 녹을 것 같지 않은 마을을 떠올렸습니다. 그가 부디 겨울을 견뎌낼 수 있기를, 무사히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그렸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