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 이상한 사람들

세상에는 쫌 이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에도 마음을 씁니다.
혼자라고 느끼는 이가 있다면 곧바로 알아채고,
자기 편이 졌을 때도 상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요.
가끔은 그저 자기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합니다.
즐거우면 그만이죠.
다른 사람 웃기기를 좋아하고,
나무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춤을 추고 싶으면 아무 때고 춘답니다.

이 다정한 사람들은 항상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손을 잡고 걷는 걸 좋아하고,
식물을 보살피는 데 재주가 있지요.
다른 사람들의 발자국을 하나하나 밟으며 걷기도 해요.
쫌 이상하지요?

눈을 크게 뜬 채로 꿈을 꾸는 사람들,
다른 이의 행복을 함께 기뻐하는 사람들,
세상에 이렇게 쫌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쫌 이상한 그대에게’라는 헌사와 함께 시작되는 짧은 글. 그리고, 작가는 이상하다고 하지만 사실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사람들을 묘사한 그림들이 이어집니다.

인도 위에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들을 밟지 않기 위해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걷는 사람, 강아지들이 여기저기서 떼지어 놀고 있는 공원 한 켠에서 다른 녀석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는 외톨이 강아지를 보듬어주고 있는 사람,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졌지만 오늘의 승자에게 기꺼이 축하의 박수를 쳐주는 사람, 텅 빈 객석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만을 위한 연주에 푹 빠진 사람, 자신의 곁을 지나는 자동차 안의 꼬마에게 혀를 낼름거리며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 나무에게 고맙다며 자신보다 훨씬 큰 나무를 꼭 끌어안은 사람, 자전거 하이킹 길에 사람들이 많이 달라는 곳보다는 자신들만의 코스를 찾아나서기 좋아하는 사람, 바닷가 모래사장에 다른 사람들이 남기고 간 발자국만을 따라 밟으며 걷는 사람, 장난감 말을 타고 카우보이를 꿈꾸는 꼬마를 위한 초상화 속에 멋진 카우보이를 그려주는 사람……

작가의 말과는 달리 작가가 그려낸 사람들 중엔 이상한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나보다 약한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 내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밝은 웃음을 안겨주는 사람, 언제나 시원한 그림자와 멋진 놀이터가 되어주는 나무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다른 이의 꿈을 격려해 주는 사람……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이상하다니 참 이상하죠? ^^

그런데, 이렇게 그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하나도 안 이상한데?’란 생각을 반복하면서 그림책 맨 마지막에 이르면 비로소 알게 됩니다. 작가의 바램이 무엇이었는지 말이죠.

세상에 이렇게 쫌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여러분도 느끼셨나요? 여러분도 작가처럼 여러분 스스로의 모습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해 보세요. 여러분 주변엔 작가의 말처럼 이상한 사람들이 없는지 한번 찾아보세요. 그들과 나누는 마음, 그들과 주고받는 웃음이 우리 삶을,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쫌 이상한 사람들
책표지 : Daum 책
쫌 이상한 사람들

(원제 : Le Farfelus)
글/그림 미겔 탕코 | 옮김 정혜경 | 문학동네
(발행 : 2017/02/14)

‘쫌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모습들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 이웃과 나보다 작고 약한 존재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 “쫌 이상한 사람들”. 슥슥 그려낸 듯한 가벼운 터치의 그림들 속에 우리 삶에 관한 깊은 담론이 새겨져 있는 참 좋은 그림책입니다.

작가 미겔 탕코는 스페인 출생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어린이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워크샵을 운영하며 일러스트레이션을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쫌 이상한 사람들”에 등장하는 이상한 사람들은 작가의 워크샵에 참여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아닐까요?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 청소년들의 풋풋한 열정과 삶에 대한 호기심어린 모습들 속에서 이 책의 영감을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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