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나란히 앉아있는 두 친구, 언뜻 보기엔 조용히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가만 살펴보면 한 친구가 옆자리 친구에게 계속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말할까 말까 할까 말까…… 짝꿍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친구는 그렇게 오랜 시간 망설이는 얼굴로 짝꿍을 바라보다 말다를 반복하다 그만 포기하고 말아요. 무슨 말을 하려고 저리 망설이고 있을까요? 그 마음이 간질간질해 보여서 웃음이 납니다. 왠지 모르게 귀엽기도 하구요.

우리는 정말 사이좋은 짝꿍이었다.

원래 이 둘은 정말 사이좋은 친구였대요.(오호, 정말? ^^) 그런데 아주 사소한 오해에서 싸움이 시작되었어요. 짝꿍이 주인공 소년을 바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듣고부터 마음이 옹졸해져 버렸거든요.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싸움은 시간이 갈수록 부풀려지고 커졌어요. 급기야 서로의 친한 친구들을 소환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난 후에야 선생님이 오셨고 표면적인 싸움은 끝을 내렸어요. 하지만 진짜 화해를 한 건 아니에요. ‘넘어오면 1cm에 100대씩 맞기’를 하면서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집니다.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고서야 소문이 오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년, 하지만 짝꿍과는 이미 몸도 마음도 저만치 거리를 두고 있어요. 이제라도 사과해야 할까 말까 망설이며 옆자리 짝꿍을 자꾸만 겸연쩍은 얼굴로 바라보는 소년…… 두 아이는 엉켜버린 마음을 잘 풀어낼 수 있을까요?

오해는 쉽지만 화해는 멀고도 험난하기 마련이죠. 너무 오래되어버린 건 아닐까, 이제라도 받아줄까,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지…… 마음이 움찔움찔합니다. 오해였음을 알게 되는 순간 먼저 손 내밀고 사과하는 것!  너무 늦기 전에 손 내밀 수 있는 용기가 진짜 용기입니다. ^^


짝꿍

짝꿍

글/그림 박정섭 | 스콜라
(발행 : 2017/02/27)

짝꿍과의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싸움을 소재로 아이들 사이 다툼에서 화해까지 미묘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입니다. 넘어오지 말라고 책상 위에 그은 선 만큼이나 단단하게 굳어진 마음속 앙금이 풀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재미있게 담겨있어요.

미워도 신경 쓰이고, 미안해도 신경 쓰이는 옆자리 짝꿍을 보는 시선을 아이들이 그린 그림처럼 단순하고 편안한 선으로 그려냈어요. 상징적이거나 감정이 담긴 장면에 핫핑크 색상을 사용해서 과감하고 대담하게 표현한 그림들이 아이들의 다양한 감정을 톡톡 튀는 감성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와의 오해와 다툼, 화해의 과정이 재미나게 담긴 그림책 “짝꿍”, 짝꿍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정겨워집니다.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고 어렵사리 화해하고 그렇게 놀다 보면 마음의 키가 훌쩍 자라있었던 어린 시절… 그 시절 내 짝꿍은 지금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겠죠?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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