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엄마, 마망- 루이스 부르주아

루이스의 엄마는 집에 딸린 작업실에 앉아
오래전 자신의 엄마가 그랬듯
낡고 해진 벽걸이 천을 손봤어요.

엄마는 늘 볕이 잘 드는 곳을 골라 앉았어요.
저만치 강물에는 햇살이 부서지고, 머리 위 흠잡을 데 없이
섬세한 거미줄에는 보석 같은 물방울들이 맺혀 있는 그곳에서
엄마의 바늘이 쉴 새 없이 움직였어요.

낡은 벽걸이 천을 손보느라 늘 바느질에 몰두해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루이스 부르주아가 떠올린 것은 ‘거미’였어요. 엄마를 비추고 있는 따사로운 노란 햇살도 거미줄을 연상시키네요.

루이스 부르주아는 거대한 ‘거미’ 조각상을 만드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예술가예요. 루이스는 낡은 벽걸이 천을 복원하는 일을 하는 집안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어린 루이스에게 수많은 벽걸이 천을 보여 주며 다양한 종류의 색깔과 짜임에 대해 가르쳐 주신 분도, 천을 물들이는 법을 알려주신 분도 모두 엄마였다고 해요.

엄마는 루이스의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했어요.
속 깊고, 너그럽고, 가슴 따뜻하고, 섬세하고, 한시도 떨어질 수 없고,
거미처럼 솜씨 좋은…….

엄마가 돌아가신 후 루이스는 엄마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아 거대한 거미 조각상을 만들고 조각상에 엄마를 뜻하는 ‘마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닳고 해어진 것을 정성스럽게 고치던 엄마, 너그럽고 따뜻하고 솜씨 좋은 엄마를 떠올릴 때면 거미가 떠올랐던 루이스. 루이스의 작품 속에는 엄마에 대한 애틋하고 아련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있답니다.

거미 엄마 마망

‘마망’은 한때 리움 미술관 실외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었던 리움 대표 작품이었어요. 어린 시절 딸아이가 마망을 좋아해서 햇살 좋은 주말이면 리움 미술관에 들러 오랫동안 ‘마망’을 보다 돌아오곤 했어요. 쇠로 만들어진 거대한 거미 조각상을 올려다보며 루이스 부르주아는 왜 거미와 엄마를 연관 지었을까 궁금했는데, 이제야 그 비밀이 풀렸네요. 지금은 리움에 ‘마망’이 없어졌어요. 영원히 전시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 해부터 ‘마망’이 치워지고 다른 작품이 설치된 걸 보고는 꽤나 서운해 하던 딸아이 얼굴이 생각나는군요.

루이스 부르주아는 엄마를 떠올릴 때면 거미가 생각나고, 저는 거미를 보면 그 조각상을 올려다보던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한 딸아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거미 엄마, 마망- 루이스 부르주아
책표지 : Daum 책
거미 엄마, 마망 : 루이스 부르주아

(원제 : Cloth Lullaby : The Woven Life Of Louise Bourgeois)
에이미 노브스키 | 그림 이자벨 아르스노 | 옮김 길상효 | 씨드북
(발행 : 2017/03/30)

“거미 엄마, 마망”은 ‘거미 작가’로 알려진 예술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삶을 다룬 논픽션 그림책입니다. 예술가 이야기를 다룬 책답게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일러스트가 특히나 돋보이는 그림책인데요. 페이지마다 아름답게 펼쳐지는 이자벨 아르스노의 그림들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논픽션 그림책을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요.

어린 루이스 부르주아를 둘러싼 환경, 가족, 그리고 독창적인 예술가가 되기까지 엄마가 루이스의 삶에 끼친 영향력 등을 한 권의 그림책 속에 아름답게 그려낸 “거미 엄마, 마망”, 루이스가 남긴 작품이 잘 알려진 거미 외에도 아주 많이 있다는 사실도 그림책 속에서 확인해 보세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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