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흘러가도록
강물이 비친 별빛을 두손 가득 담아내며 추억에 젖는 샐리

그 때 물에 잠긴 세월 저편에서 날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놔 주렴, 샐리 제인.”

나는 점점 캄캄해지는 깊은 물 속을 들여다보며 조그많게 웃었어요.

그리고 엄마 말씀대로 했지요.

댐 공사로 어린날의 추억이 가득한 고향이 호수 아래 깊이 묻혀 버린 샐리. 오랜만에 찾은 고향, 아버지와 함께 작은 배를 타고 이제는 물에 잠긴 옛 추억 위를 저어 갑니다. 강물에 비친 별빛이 마치 어린시절 반딧불 같다는 생각에 두손 가득 강물을 움켜보는 샐리… 그리고는 문득 아련한 옛시절의 목소리가 생각나서 미소 짓습니다.

강물이 흘러가도록
어린 시절 반딧불의 추억

 엄마가 우릴 보고 다가와 고개를 가로 저었어요.

“놔 주렴, 샐리 제인”

난 엄마 말씀대로 했어요.

강물에 잠긴 별빛을 두손에 가득 담아 내던 샐리가 조용히 미소짓는 까닭은 친구들과 함께 반딧불을 빈병 가득 담아 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엄마의 목소리와 함께 아련하게 떠올랐기때문이었죠.

어릴적 반딧불 놀이를 하는 샐리에게 “놔 주렴, 샐리 제인” 하고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라는, 늘 우리 곁에 있기에 그 소중함을 미처 느끼지 못할수도 있는 작고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가르침이었다면, 강물에 비친 별빛에 두손을 담근 샐리에게 “놔 주렴, 샐리 제인”하고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는 지나온 길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내일을 향해, 나만의 꿈을 위해, 나 스스로 선택한 길을 향해 걸어 나아가라는 격려가 아니었을까요…

엄마… 어머니… 아주 가끔 찾아 뵈면서도 늘 바쁘다는 핑계로 가서 앉기가 무섭게 서둘러 일어서곤 합니다. 바리바리 싸 주시는 오만가지 것들을 단 한번도 살갑게 받아들지 못하고 늘 궁시렁 거리기만 합니다. 못내 아쉬워 대문 앞에 마냥 서 계시는 어머니. 떠나는 자식의 등짝에, 저만치 멀어져버린 차 뒷꽁무니에 어머니의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한참을 가서야 아직도 바라 보고 계실 어머니 생각에 자식의 콧잔등도 벌겋게 시큰해집니다.

한참 전 읽었던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강물이 흘러가도록”, 서울서 나서 서울서 자란 저는 이따금씩 이 책을 펼쳐들곤 늘 부모님 생각에 젖습니다.


강물이 흘러가도록

강물이 흘러가도록

글 제인 욜런, 그림 바바라 쿠니, 옮긴이 이상희, 시공주니어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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