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헤어져도

무려 20여년만에 친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간간이 연락하는 친구를 통해 알게된 번호로 전화 통화를 한 우리는 당장 만나기로 했어요. 약속 장소로 달려가는 길에 심장이 어찌나 쿵쿵 뛰던지요.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어색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우리에게 지나간 것은 그저 세월뿐이었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넘쳐나는 이야기들로 쉴 새 없이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무려 열 시간이나 지나갔더군요.

공유하는 추억이 있고 순수했던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는 여전히 친구입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던 마이아와 산티는 어느 날 산티네 가족이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원치 않는 이별을 하게 됩니다. 늘 함께 뛰어놀던 산티가 떠나가고 마이아는 뻥 뚫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산티가 없는 곳에서는 무엇을 해도 시시했고 환한 낮도 깜깜한 밤 같았어요. 의미 없이 무료한 날들을 보내던 마이아, 그런데 어느 날 마이아에게 작은 고양이가 찾아옵니다. 새 친구도 생겼어요. 새로운 취미도 생겼고요. 한동안 커다랗게 뚫렸던 마이아의 마음을 새 친구들이 조금씩 채워줍니다. 이제 산티에게 소식을 전할 때면 마이아도 밝은 얼굴이 되었어요.

시간이 흘러 만나러 오겠다는 산티의 연락을 받은 마이아는 이번에는 걱정이 되었어요. 산티가 낯설게 느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산티를 만난 마이아는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산티를 다시 만나자
마이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어요.

둘은 변함없이 친구였거든요.

친구라는 말, 둥글둥글 기분 좋아지는 말이에요.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고 힘이 되는, 한때의 추억과 비밀을 공유했던 소중한 그대 이름은 친구입니다.


친구와 헤어져도
책표지 : Daum 책
친구와 헤어져도

(원제 : La Vida Sin Santi)
안드레아 마투라나 | 그림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올레아 | 옮김 김영주 | 책속물고기
(발행 : 2017/03/30)

“친구와 헤어져도”는 둘도 없는 사이였던 산티가 떠난 후, 이별의 아픔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마이아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둘도 없는 친구였던 산티와 헤어진 마이아의 슬픔과 그리움, 그리고 새로운 만남의 기쁨, 설렘, 걱정 등 다양한 감정이 그림책 속에 담겨있어요.

산티가 떠나면서 건네준 동그란 지구본은 마이아에게는 커다란 그늘이 되어 늘 그녀를 따라다닙니다. 산티가 떠난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이아는 이별을 힘들어했어요.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채우는 과정을 겪으며 마이아는 한층 성장합니다. 그리고 다시 산티가 찾아왔을 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둘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물리적인 거리일 뿐 어디에 있건 둘은 늘 변함없는 친구라는 사실을……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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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
고영경
2017/04/25 01:44

누구나 가슴에 그리움 하나는 안고 간다, 새로운 사람들과 시간만이 그 그리움을 곱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했던 책입니다. 아이들이 말로 하지 못하는 그리움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책 작가는 얼마나 많이 그리움을 꺼내어 봤을까요.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것도 많은 책이었습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17/04/26 08:29
답글 to  고영경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림책이었습니다. 그림도 참 편안하구요. “친구와 헤어져도” 보고 나서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들, 기회가 된다면 가온빛 독자들에게도 좀 나눠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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