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삼촌

미술 시간에 우리 가족을 그렸어요.
아빠, 엄마, 나 그리고 사자삼촌이에요.

선생님이 사자삼촌을 가리키며 개냐고 물었어요.

“개 아니에요. 삼촌이에요.”
“삼촌한테 꼬리가 있어?”
“그럼요. 우리 삼촌은 사자니까요.”

솔이는 엄마, 아빠 그리고 삼촌과 함께 살아요. 그런데 삼촌은 사자랍니다. 그래서 미술 시간에 가족을 그릴 때 당연히 삼촌도 그렸습니다. 솔이의 그림을 본 선생님은 삼촌에게 꼬리가 있는 걸 보고 개냐고 물었어요. 개가 아니라 삼촌이라는 솔이의 답변에 삼촌한테 꼬리가 있냐고 재차 묻는 선생님…… 솔이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삼촌은 사자니까 꼬리가 있는 게 당연한데 선생님은 도대체 왜 뻔한 걸 자꾸 물어보시는 걸까요.

솔이가 그린 가족 그림 한 장 덕분에 솔이의 선생님뿐만 아니라 그림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도 혼란스럽습니다. 그림책 첫 페이지부터 나오는 솔이의 그림을 보면서 아마도 ‘아, 삼촌이 사자처럼 무서운가보다’ 하고 생각하신 분들 있을 겁니다. 저처럼 말이죠.

중요한 건 솔이가 ‘우리 삼촌은 사자에요’라고 재확인해 준 뒤에도 선생님이나 저나 여러분들의 마음은 이미 솔이의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 아닐까요? 사자처럼 무서운 삼촌일 거야, 아마 사자처럼 크고 우악스럽게 생긴 개일 거야, 솔이의 상상친구일 거야…… 솔이의 말을 순순히 믿어주기엔 우리 어른들의 마음은 이미 상식의 틀에 굳어버렸습니다.

“사자삼촌”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 뒤에 서서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나보다 약한 이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하는, 내 아이의 순수함과 즐거운 상상을 가로막고 있는 우리들에게 아이와 이웃, 그리고 세상을 향해 마음 문을 활짝 열어보라는 메시지 아닐까요?


사자삼촌
책표지 : Daum 책
사자삼촌

글/그림 김소선 | 책고래
(발행 : 2017/03/31)

“사자삼촌”은 단순한 이야기와 장난기 가득한 그림으로 아이들에겐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그림책입니다.

살다보면 상식과 경험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과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선입견과 편견으로 그것들을 모두 걸러내버린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해질까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어보세요. 보다 활기찬 우리 삶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죠.

자, 우리 모두 사자삼촌을 만나러 함께 출발! ^^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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