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18일

5월 19일 월요일

군인 아저씨들이 우리 동네에 왔다. 나는 진짜 총을 처음 봤다. 진짜 총을 보니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나는 총이 정말 갖고 싶다. 군인 아저씨들을 따라가고 싶었는데 누나가 빨리 집으로 가라고 했다.

오늘은 5월 18일

5월 25일 일요일

비가 계속 내렸다. 아빠를 졸라 누나를 찾으러 가는 아빠를 따라갔다. 향냄새가 지독해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밖에서 기다렸다. 어른들이 큰 소리로 울었다. 관이 너무 많아 무서웠다. 관 위에는 사진이 놓여 있었다. 아저씨, 아줌마, 대학생과 고등학생 형들, 예쁜 누나들 사진도 있었지만, 우리 누나는 없었다. 진짜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오늘은 5월 18일

5월 27일 화요일

친구들이 총 놀이를 하자고 불렀다. 나는 총 놀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누나가 만들어 준 비행기들만 남기고 총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오늘은 5월 18일

5월 28일 수요일

누나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누나가 보고 싶다.

진짜 총이 꼭 갖고 싶었던 한 아이. 하지만 갑작스레 맞닥뜨린 폭력 앞에서 아이는 총도, 총 놀이도 싫어집니다. 총이, 그것도 자신이 늘 동경했던 군인들의 손에 쥐여진 총이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해질 수 있는지를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들을 홀로 남겨둔 채 며칠 째 집에 돌아오지 않는 딸을 찾아 나선 부모님, 어두운 방 안에 홀로 남겨진 채 무서움에 떨어야 했던 아이. 시간이 흐르고 폭력은 사라졌지만 아이의 누나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가족, 친구, 이웃을 잃은 이들의 가슴엔 그 날의 끔찍한 기억과 돌아오지 못한 이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합니다.

며칠 후 열릴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9년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 모두가 함께 부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우리 아이들도 함께 부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소개한 오늘의 그림책 “오늘은 5월 18일”입니다.


오늘은 5월 18일
책표지 : Daum 책
오늘은 5월 18일

글/그림 서진선 | 보림
(발행 : 2013/05/02)

“오늘은 5월 18일”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부산에서 나고 광주에서 자란 서진선 작가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1980년 목격한 죽음과 슬픔을 천진난만한 한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냈습니다. 박상률 작가의 “아빠의 봄날”이 묵직하다면 이 그림책은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한 아이가 겪어야만 했던 충격과 두려움, 그리고 누나를 잃은 슬픔과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은 우리 아이들이 40여년 전의 비극적인 역사를 좀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바로 내 옆에 살았던 동네 친구 이야기입니다.
친구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친구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작가의 말은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아이들 역시 누나를 그리워하는 주인공 꼬마의 아픔과 슬픔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램이 아닐까요. 우리 이웃의 아픔을 내 것으로 여기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그날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아빠의 봄날 : 5.18 광주민주화운동 다룬 그림책

※ 앞으로 시공주니어 그림책은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