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

무언가 굳은 결심이라도 한 표정으로 집을 나선 아이의 꼭 쥔 손에 들려있는 것은 거실 탁자 밑에서 발견한  500원짜리 동전 한 닢입니다. 하루 종일 소파에서 뒹굴 거리면서 무료해하던 아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요.

이 동전으로 뭘 살까?

엄마 구두를 살까 아니면 치마를 살까?
아빠 노트북은 어떨까?
자동차를 사면 멋지겠지?

아니면….

할아버지 안경?
할머니 모자?

머리핀을 사면 누나가 좋아하겠지?

형 자전거를 사도 좋겠다.

아이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500원의 가치는 무한합니다. 엄마에게, 아빠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누나와 형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흐뭇하게 웃는 아이의 마음이 반짝반짝 반짝입니다. 가족의 행복을 책임을 제 손안에 쥐고 있으니 집을 나서는 아이의 걸음걸이가 저리도 위풍당당할 수밖에요. 지구의 평화를 구하러 나선 슈퍼 히어로만큼이나 자신만만할 수밖에요.

시내로 나가는 길에 만난 멋진 자동차를 바라보던 아이는 아빠를 생각했을 거예요. 쇼윈도에 걸린 예쁜 치마를 보면서 엄마를 생각했을 거고요. 아이는 노트북, 구두, 강아지 간식, 안경, 모자, 머리핀, 자전거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주머니에 넣어둔 500원짜리 동전을 몇 번이나 조몰락조몰락 만져보면서요.

이 많은 것들 중에 무엇을 골라야 할까, 이 가게 저 가게를 돌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아이는 드디어 아주 멋진 선물을 하나  골랐어요.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언제 생각해도 행복한 그것! 단돈 500원으로 세상 행복을 모두 다 가질 수 있는 바로 그것은 커다랗고 노란 막대사탕이었어요. 사탕을 먹으면서 돌아오는 아이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습니다. 그 순백의 순수함이, 지혜로움이, 엉뚱함이 한바탕 웃음을 선물합니다. 그래, 최고로 멋진 선택이었어! 아이를 향해 엄지척 해주고 싶습니다.. ^^

나 어릴 땐… 하고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행복한 기억들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따뜻해집니다. 동심을 가득 간직한 그 시절이 행복하게 남아있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지금보다 순수했기 때문이겠죠. 바람에 찰랑이는 나뭇잎 소리,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높푸른 하늘에 떠있는 구름 한 조각마저 가족들과 공유하고 싶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우리들의 마음이 푸르고 싱싱하고 맑았기 때문일 거예요.

500원짜리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합니다. 이걸로 오늘 하루 나를 행복하게 채울 수 있는 게 있을까 생각해 봐야겠다고……


500원
책표지 : Daum 책
500원

글/그림 차재혁 , 최은영 | 후즈갓마이테일
(발행 : 2017/04/10)

“500원”은 앞서 “달은 수다쟁이”를 출간했던 차재혁, 최은영 부부 작가가 공동 작업한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폴란드에서 먼저 출판된 책을 후즈갓마이테일 출판사에서 역으로 출판권을 사 와서 국내에서 출간했다고 해요. 폴란드판 제목은 “5 ztotych”이라고 하는군요.

탁자 밑에서 발견한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호기롭게 들고 집을 나선 아이,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시내 상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아이의 뒷모습이 제법 진지해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아이다운 발상에 행복한 웃음을 짓게 되는 그림책 “500원”, 작고 소소한 것들이 안겨주는 행복을 그림책을 보면서 새삼 느껴봅니다. 동심을 예쁘게 그려낸 그림책을 보며 아이처럼 웃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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