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네 집 꽃밭
학교 안을 들여다 보다 꽃밭이 하도 예뻐 놀라는 오소리 아줌마
오소리네 집 꽃밭

글 권정생, 그림 정승각, 길벗어린이

회오리바람에 읍내 장터까지 휩쓸려 갔던 오소리 아줌마,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학교 담장 너머 꽃밭. 오소리 아줌마는 꽃밭이 하도 예뻐서 집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남편을 졸라 자기도 꽃밭을 만들겠다고 수선을 떨죠. 그런데 오소리 아저씨가 괭이질을 하는 곳마다 이꼿 저꽃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 도무지 꽃을 심을 밭을 일굴수가 없습니다.

그때서야 오소리 아줌마는 자기 집 주변을 다시 돌아 보게 됩니다. 잔대꽃, 도라지꽃, 용담꽃, 패랭이꽃…. 오소리네 집 사방이 온통 꽃천지…

“우리 집 둘레엔 일부러 꽃밭 같은 것을 만들지 않아도 이렇게 예쁜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구려.”

“그건 그래요, 이른 봄부터 진달래랑 개나리랑 늦가을 산국화까지 피고 지고 또 피니까요.”

“겨울이면 하얀 눈꽃이 온 산 가득히 피는 건 잊었소?”

오소리 내외가 산마루에 나란히 걸터 앉아 언제나 그래 왔듯 변함 없이 자신들을 감싸고 있는 산과 들과 강을 내려다 보는 이 책의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오늘은 우연히 보게 된 학교 꽃밭을 보고 두눈이 휘둥그래지며 감탄하는 오소리 아줌마의 모습을  오늘의 그림 한장으로 뽑아 봤습니다.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몰고 출근하는 길과 걸어서 출근하는 길은 똑같은 길이지만 보이는 풍경은 많이 다릅니다.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도 있었구나, 우리 아파트에 이런 화단이 있었네, 꼬맹이들도 이렇게 일찍 학교에 가는구나… 미처 못보고 지나쳤던 소소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집에 돌아 오면 언제나처럼 나를 반겨주는 아내와 아이들, 저녁 먹고 나서 아내가 뭘 하는지,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가만히 한번 들여다 보세요. 우리 와이프에게 저런 버릇이 있었구나, 우리 아들내미는 뭐에 집중하면 발가락을 잔뜩 긴장한 채 오무리는 걸 보니 영락없이 내 아들이네…

“강아지똥”의 권정생 작가가 우리 엄마 아빠들에게 던지는 투박한 조언이 아닐까요. 멀쩡한 내 꽃밭 놔두고 남의 꽃밭만 부러워 하고 있는건 아닌지 한번쯤 돌아 보라고 말입니다.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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