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흩날리는 푸른 밤, 주황색 몸통에 천사 같은 새하얀 날개를 단 잉어가 세 명의 친구를 태우고 유유자적 강 위를 날아가고 있습니다. 영롱한 눈빛이 왠지 조금 슬퍼 보이기도 하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파리한 잉어’라는 독특한 소제목을 달고 있는 이 이야기는 그림책 작가 피터 시스가 태어나고 자란 체코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예요. 체코에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잉어 요리를 먹는 전통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미리 싱싱한 잉어를 사다 욕조에 풀어 넣어둔다고 합니다.
피터 시스는 그렇게 욕조에 갇힌 채 크리스마스 이브날 식탁에 오를 날을 기다리는 잉어를 ‘파리하면서도 외로워 보인다’고 표현했어요. 아이들은 욕조에 갇힌 잉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잉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마침내 운명의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오면 잉어를 요리하기 전 집집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온대요. 결국 어른들은 잉어를 강에 놓아줄 수밖에 없었겠죠? 😉
잉어를 담아 들고 강으로 걸어가는 가족들과
바다를 향해 헤엄쳐 가는 파리한 잉어의 모습은
내게 희망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어.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파리한 잉어야.
그래서 ‘파리한 잉어’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피터 시스, 꿈결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피터 시스의 감성 속에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의 파리한 잉어가 늘 살아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머나먼 체코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한자락에 마음 한편이 찌르르해집니다.
★ 에릭 칼과 친구들의 친애하는 동물들
(원제 : What’s Your Favorite Animal?)
글/그림 에릭 칼과 13명의 친구들 | 옮김 조은수 | 웅진주니어
(발행 : 2017/05/31)
★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에릭 칼과 친구들의 친애하는 동물들”에는 14명(에릭 칼, 탐 리히텐헬드, 모 윌렘스, 피터 시스, 크리스 라쉬카, 닉 브루엘, 피터 매카티, 로즈메리 웰스, 레인 스미스, 존 클라센, 수잔 제퍼스, 스티븐 켈로그, 에린 E. 스테드, 루시 커진즈)의 그림책 작가가 좋아하는 동물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What’s Your Favorite Animal?’라는 질문에 그림책 작가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과 그 동물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재미나면서도 따스하고 엉뚱하고 재치 넘치면서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작가 자신의 개성을 살려 그린 그림은 이야기를 더욱 특별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림책 작업에 참여한 열네 명의 작가들의 어린시절 사진이 작가 소개와 함께 들어있는데요. 작가들의 어린 시절 모습이 왠지 모를 친밀감을 느끼게 하네요. ^^
쟁쟁한 그림책 작가 열네 명의 서명과 그림, 그리고 각각의 사연이 담긴 한 권짜리 그림책이라니!!! 아이돌 사진을 모으면서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해 하는 십대 아이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