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보는 눈

도로시아가 다가간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어요. 따뜻한 마음을 담아 말을 걸었지요. 그래서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겼던 사람들이, 도로시아가 든 사진기 앞에서는 진실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었어요.

사진을 찍는 일은 아주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도로시아는 언제나 오른쪽 다리가 아팠지요. 그래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배고픈 사람들, 집 없는 사람들, 세상이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찍으려고 멈추지 않았어요. 신문과 잡지에 도로시아가 찍은 사진이 하나둘 실렸어요. 도로시아가 본 세상이 사람들 눈길을 사로잡았지요. 사진을 본 정부는 가난한 부모들한테 일자리를 주고, 배고픈 아이들한테 먹을 것과 집을 주었어요.

도로시아가 사랑을 담아 바라본 진실은 마침내 세상을 바꾼 예술이 되었어요

2013년 겨울 서울도서관에 들렀다 시민청 갤러리에서 열린 ‘People to People_사람과 사람들’이란 사진전을 우연히 관람했었습니다. 미국 대공황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주민 농부들의 삶을 담아낸 흑백 사진들이 참 인상적이었었죠. 사진쪽으로는 문외한이어서 그저 ‘사진 참 좋다!’란 생각만 갖고 한 바퀴 둘러보고는 나왔었더랬는데…… 지금 찾아보니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 작가 8명의 작품들을 전시한 거였더군요.

그리고, 그 8명 중 한 명이 바로 오늘 소개할 그림책 “진실을 보는 눈”의 주인공 도로시아 랭입니다.

어려서부터 도로시아의 눈은 남달랐습니다. 잿빛이 도는 그녀의 초록 눈동자는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볼 수 있었죠. 엄마가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도로시아는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며 시간을 보냈고, 그들의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눈과 마음으로 사람들을 지켜보며 어린 도로시아는 사진작가의 꿈을 키워가게 되죠.

홀어머니 밑에서 결코 순탄치만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결국 도로시아는 자신의 꿈을 이룹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사진관을 열었고, 그녀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어요. 사진가로서 기반을 다져가던 어느 날 그녀의 삶에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대공황 덕분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이 늘어나던 시기에 도로시아는 거리의 빵 배급소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그늘이 드리워진 얼굴로 빵을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한 사람이 그녀의 눈에 들어옵니다. 지쳐 보이는 그 사내를 사진기에 담았어요. 도로시아는 사진을 찍고 또 찍었어요.

그날 이후 도로시아는 사진관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을 찾아 나섭니다. 절뚝거리며 배고프고 아픈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삶을 사진에 낱낱이 담아냈습니다. 세상이 등 돌린 사람들을 마음으로 되새기고 싶었던 겁니다.

도로시아는 일곱 살에 소아마비를 앓고 나서 오른쪽 다리를 절게 되었다고 해요. 절룩거리는 그녀를 아이들은 놀려댔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도로시아는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애썼었다고 합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그저 지나쳐버릴 수도 있었을 빵 배급소의 풍경에서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었던 걸까요?

한 때 보이지 않는 사람이길 원했던 도로시아 랭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내는 작가가 됩니다. 모든 사람은 소중하다는 진실, 서로가 서로를 살펴야 한다는 진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우리 모두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진 작가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게 됩니다.


진실을 보는 눈
책표지 : Daum 책
진실을 보는 눈 – 기록하는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

(원제 : Dorothea’s Eyes – Dorothea Lange Photographs the Truth)
글 바브 로젠스톡 | 그림 제라드 드부아 | 옮김 김배경 | 책속물고기
(발행 : 2017/07/05)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진실을 보는 눈”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유명한 사진 작가 도로시아 랭의 삶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도로시아 랭이 사진 속에 무엇을 담아내고 싶어 했고, 그 사진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어 했는지를 그녀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서민들의 삶을 바라보았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글을 쓴 바브 로젠스톡은 추상화의 대가 칸딘스키의 삶을 다룬 그림책 “소리 나는 물감 상자”로 2015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했습니다. 위인의 삶의 한 조각을 통해 그의 삶 전체를 보여주는 작가의 역량은 이번 작품 “진실을 보는 눈”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도로시아 랭
(왼쪽) 이주민 어머니(Migrand Mother, 1936) / (오른쪽) 화이트 에인절 급식소(White Angel Bread Line, 1933)

‘이주민 어머니’는 많이 알려진 사진이라 제목은 몰라도 ‘아! 이 사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화이트 에인절 급식소’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도로시아 랭이 있게 해 준 바로 그 사진입니다. 도로시아 랭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고, 더 많은 사진들을 감상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하세요.

※ 도로시아 랭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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