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피아저씨의 뱃놀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원제 : Mr. Gumpy’s Outing)

글/그림 존 버닝햄, 옮긴이 이주령, 시공주니어

※ 1970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 1972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수상작
※ 1971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검피아저씨의 뱃놀이”, 지난 주말엔 이 책 끌어 안고 마냥 늘어져 있었습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힐링”입니다. 모든 것이 편안합니다. 심지어 작가인 존 버닝햄 조차도 이 그림책 작업하면서는 어떤 날은 붓으로, 어떤 날은 펜으로, 또 어떤 날은 단조로운 모노톤으로, 또 어떤 날은 손가는대로 이물감 저물감 풀어가면서 맘 편하게 작업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장 한장 그림들 속에 “편안함”이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도 존 버닝햄처럼, 검피 아저씨처럼 편하게 두서 없이 편안함을 빙자한 졸필로 주말의 편안함의 여운을 담아 봅니다.

검피 아저씨는 “고향”입니다. 고향은 고향인데 어머니에게서 느껴지는 다정함과 세심함의 그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넉넉함, 묵묵하지만 깊은 마음으로 지켜봐주시는 아버지에게서 느껴지는 고향입니다. 어디가냐고 묻지도 않으시고, 물에 빠졌다 타박하지도 않으시고, 따뜻한 햇볕과 차, 달콤한 과일과 케이크를 베풀어 주시고는…

잘 가거라. 다음에 또 배 타러 오렴

하시는 아버지와 같은 고향… 언제든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신 아버지와 고향…

책에 등장하는 동네 꼬마들, 토끼, 고양이, 개, 돼지, 양, 닭들, 송아지, 염소… 이 모두가 부모님께 늘 응석받이었던 우리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고, 우리가 부모님께 한만큼 부모님을 대신해서 우리에게 앙갚음(^^)중인 우리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어디 가는지는 아랑곳 없이 배에 올라타는 즐거움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아이들, 늘 놀거리 찾아 이리 저리 들쑤시고 다니는 우리 개구장이 아이들의 모습 말이죠.

제가 그렇게 생각하며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배에 올라타고 싶어하는 꼬마들과 동물 친구들의 눈빛은 웬지 소심하고 주눅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배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모두들 눈빛이 초롱초롱해집니다. 심지어는 물에 빠지는 그 순간에도 검피아저씨부터 염소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 하나 인상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도리어 웃음기가 가득 머금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천진난만한 우리 아이들, 엄마 아빠랑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빠 책상 어질러놨다고 짜증 낸적은 없었는지(분명히 있었을겁니다…), 마음껏 뛰놀고 싶은 아이들을 공부하라고, 영어 배우라고, 피아노 배우라고 축 처진 등을 떠민적은 없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검피 아저씨같은 넉넉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켜 봐 줄 수 있는 엄마 아빠가 되어야겠습니다.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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