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없어요

‘콰가 얼룩말’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저는 처음 듣는 동물입니다. 콰가 얼룩말의 자기 소개 한 번 들어볼까요?

사람들은 나를 콰가라고 불렀어. 나는 반쪽만 얼룩무늬를 가진 얼룩말이야. 얼룩무늬는 콧등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연해지다가 엉덩이 쪽에서 사라지지. 내 다리는 밝은 색이야. 사람들은 내가 얼룩말보다 신비로운 외모를 가졌다고 말해.

반쪽만 얼룩무늬인 얼룩말? 설명대로 참 신기하죠? 그런데, 이렇게 신비한 외모를 가진 콰가 얼룩말을 더 이상은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나의 고향 아프리카에서는 얼룩말과 콰가를 교배해서 우리의 멸종을 막으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나를 재창조하는 게 가능할까? 나는 혼란스러웠어. 사람들의 노력에도 우리는 멸종하고 말았어. 나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지.

그리고 이어서 등장하는 상아부리 딱따구리, 테코파 민물고기, 자와 호랑이, 비사얀 워티 피그, 북아메리카 퓨마, 도도새, 스텔러 바다소, 서부 검은 코뿔소, 사우디 가젤, 멕시칸 회색곰, 핀타섬 땅거북, 오로크스, 다스마니아 승냥이, 큰바다 쇠오리, 카리브해 몽크 물범, 피레네 아이벡스, 양쯔강 돌고래, 과들루퍼 앵무새, 흰사자. 모두 20 종의 낯선 이름의 동물들이 콰가 얼룩말의 뒤를 이어 자신들의 고향, 행복했던 시절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지구 어느 곳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로 멸종된 동물들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이 순서대로 나와서 넋두리하듯 내뱉은 말들은 우리 인간들을 향한 질책입니다.

사람들은 참 이상해. 아무 생각 없이 땅을 망가뜨리고 곧 후회하곤 하지. 숲을 몽땅 망가뜨리고는 얼마 안 돼서 지구 온난화를 막겠다며 방법을 찾고 있으니 말이야. 정말 바보 같아.

사람들은 우리를 사냥하는 것에만 눈이 멀어 우리가 사라지는 걸 깨닫지 못했지. 이제 나는 내 친구들과 이 높은 하늘에서 살고 있어. 아주 잘 살고 있지. 비록 지구에서는 사라지고 말았지만, 사냥도 없고 전쟁도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웃으면 하늘을 날기도 하지.

우리는 다짐했어. 절대로 지구에 내려가지 않겠다고. 다만 지구에 평화가 온다면, 그때 돌아갈 거야.

우리 인간들의 탐욕과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무자비하게 포획되고 살육되는 동물들. 그리고, 인간들의 생존을 위해 아무렇게나 짓밟히고 파괴되는 동물들의 삶의 터전인 자연. 결국 사람들의 등쌀을 견디지 못하고 동물들이 모두 멸종된다면, 우리 주변의 숲과 강, 그리고 바다가 사라져버린다면 우리는 우리가 파괴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제는 자연과의 공존을 생각해야만 할 때입니다. 우리 이웃뿐만 아니라 우리와 동등하게 이 지구의 주인인 동물들과 함께, 풀과 나무와 숲, 강과 바다, 맑은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우리 모두를 보듬어 안고 있는 아름다운 별 지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 나는 없어요
책표지 : Daum 책
이제 나는 없어요

(원제 : Cari estinti)
글/그림 아리아나 파피니 | 옮김 박수현 | 분홍고래
(발행 : 2017/10/16)

이탈리아 작가인 아리아나 파피니는 문화, 사회, 환경의 보존을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한 “이제 나는 없어요” 역시 멸종동물의 독백을 통해 우리 모두가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된다는 엄중한 경고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이제는 사라져 버린 20종의 멸종동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이제 나는 없어요”. 사람과 동물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평화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다시는 지구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그러니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는 신랄한 메시지가 담긴 그림책입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나를 세어 봐! – 사라져 가는 야생 동물의 초상

공존 – 더불어 살아가기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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