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 2017/12/11
■ 마지막 업데이트 : 2021/04/24


빈 공장의 기타 소리

문을 닫은 기타 공장에 작업실을 만들고 그곳 해고 노동자 아저씨들과 함께 열 달을 보냈습니다. 밤늦게까지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아저씨들이 바깥에서 활동하다가 밤늦게 공장에 돌아왔을 때 작업실에 불이 켜져 있으면 꼭 집에 돌아온 것 같다고 좋아했습니다. 공장에서 만난 아저씨들과 연대자들에게 우정을 느낍니다.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도 매주 한 번씩 아저씨들의 천막으로 찾아가 그림을 그립니다. 낮에는 그림을 그리고, 밤에는 보드게임을 하며 놉니다. 벌써 3년째입니다.

“빈 공장의 기타 소리” 작가 소개 중에서

회사 일을 내 일처럼 여기며 열악한 작업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온 아저씨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와 사장은 아저씨들을 버렸습니다. 아저씨들의 땀과 희생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나누기는 커녕 해외로 공장을 옮겨 버리고 국내의 공장은 폐쇄해버렸습니다. 아저씨들이 일할 곳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날 이후 아저씨들은 빈 공장을 지키며 자신들의 살아온 삶과 그동안 회사에 쏟은 자신들의 열정에 대한 명예를 되찾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하지만 힘을 가진 자들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공장을 부숴버리고 아저씨들을 내쫓았습니다. 그래도 아저씨들은 포기하지 않고 길바닥에 천막을 짓고 그들의 싸움을 계속 이어갑니다.

오늘 아저씨들은 일곱 번째 천막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들이 지키던 공장 한 켠에서 그림을 그리던 젊은 친구 하나가 찾아왔습니다. 아저씨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어주고, 함께 울어주던 이웃입니다.

아저씨들과 함께 한바탕 웃고 떠들던 젊은 친구가 돌아가며 아저씨들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아저씨들도 저만치서 웃음 지으며 자신들의 따뜻한 이웃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그 손짓으로부터 작은 함성이 세상을 향해 퍼져 나갑니다.

힘 내세요!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 할 겁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강남 한복판에서, 그리고 우리 주변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그들은 우리 이웃입니다. 나 역시 노동자이며,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남편, 형제자매와 자녀들 모두 똑같은 노동자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향해 응원과 연대의 의지를 담아 힘차게 손을 흔들어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사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감 없이 보여주는 그림책 “빈 공장의 기타 소리”입니다.


빈 공장의 기타 소리

빈 공장의 기타 소리

글/그림 전진경 | 창비
(발행 : 2017/11/30)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창비의 ‘별별이웃’ 시리즈는 보통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선택과 도전을 담은 그림책들입니다. “빈 공장의 기타 소리”“노각 씨네 옥상 꿀벌”, “우리 동네 택견 사부”에 이은 별별이웃 시리즈의 세 번째 그림책입니다.

콜트 노동자들과 연대의 의미도 있고 빈 공장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어서 그곳에 갔어요. 이후 이걸 책으로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는데, 출판사 쪽에서 어린이 책으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왔어요. 처음엔 이 얘길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되게 당황했죠. 그래서 오랫동안 갈팡질팡했는데, 막상 마음을 다잡고 이야기를 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쑥쑥 나오더라고요. 사실 이 책의 대상이 어린이들로 한정되진 않았고 어른이건 어린이건 상관없이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콜트 공장에서 좋았던 시간 그림책으로 담아봤죠(연합뉴스, 2017/12/05)

폐쇄된 공장을 포기하지 않고 지키는 노동자들의 곁에 다가가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그림책 “빈 공장의 기타 소리”, 우리 아이들이 우리 이웃을 꼭 끌어안아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그림책입니다.


※ 참고 링크

※ 투쟁 4464일, 콜텍 노동자 복직한다(한겨레, 2019/04/22)


함께 읽어 보세요 : 우리 엄마는 청소 노동자예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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