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나일까?

큰 공장에서 일하는 자비에는 끝없이 쏟아지는 일에 치여 친구를 만날 시간도 영화를 보러 갈 시간도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할 시간조차 낼 수 없습니다. 간신히 집에 돌아오면 밥을 먹자마자 그 자리에 쓰러져 잠들기 일쑤였죠.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와보니 수족관 속 물고기가 다 죽어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물고기에게 밥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 피곤해서 그만 물고기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르던 물고기가 다 죽고 나서야 비로소 자비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어요. 시간에 쫓겨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말하며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자 사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 껄껄 웃으며 해결책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자신과 똑같은 복제 인간을 만들어 자비에가 할 일을 나누어 하게끔 하는 것이었어요.

균형이 무너져버린 삶, 똑같은 내가 둘이 된다면 삶이 좀 여유롭게 변할 수 있을까요?

공장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진짜 자비에가 공장에서 사장을 위해 쉴 새 없이 일하는 동안 복제 인간이 자비에의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집안일을 대신하면서 자비에의 삶의 일부를 대신해서 살아준다면 이제 자비에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복제 인간이 자신의 삶을 대신해서 사는 동안 공장의 이익을 위해 밤낮없이 일에만 매달렸던 자비에는 생각했어요.

혹시, 내가 복제 인간이 아니었을까?

공장 기계의 일부분처럼 일을 해내면서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는 자비에, 그런 그의 일거리를 덜어주기 위해 자비에 집에서 살게 된 그의 복제 인간, 둘 중 누가 진짜 자비에일까요? 누구의 삶이 진짜 삶일까요?

인간의 가치보다 기업의 이윤이 더 큰 목적이 되어버리고 개개인의 행복 추구는 배부른 낭만으로 치부되어버리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 목적 달성과 효율만이 최대 가치라 생각되어지는 시대에 행복한 삶이란 과연 어떤 삶일까요? 어떻게 해야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누가 진짜 나일까?

누가 진짜 나일까?

(원제 : Le Double)
다비드 칼리 | 그림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 옮김 나선희 | 책빛
(발행 : 2017/06/30)

일에 떠밀려 정작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무엇이 우선인지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그림책 “누가 진짜 나일까?”. 다비드 칼리의 철학적 스토리와 클라우디아 팔마루치의 의미심장한 그림들이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입니다.

클라우디아 팔마루치는 이야기의 주제를 좀더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명화들을 패러디해서 그림책 속에 구현했다고 합니다. 묵직한 이야기에 톤 다운 된 색감, 다양한 의미를 지닌 그림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수많은 질문과 생각거리를 남겨줍니다.

※ 원제인 ‘double’에는 ‘꼭 닮은 사람’, ‘대역 배우’라는 뜻이 있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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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김태은
2021/09/15 17:10

좋은데,샤르도네 사장은 어떤 사람 인가요?

가온빛지기
Admin
2021/09/17 08:37
답글 to  김태은

김태은 님, 반갑습니다!
샤르도네는 우리의 개성과 정체성을 앗아가는 모든 것을 상징하는 존재 아닐까요?

Last edited 2 years ago by 가온빛지기
김태은
김태은
2021/09/15 17:11

바다에요!!예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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