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4/04/25
■ 업데이트 : 2016/04/25


새벽

 The mountain and the lake are green.

조용하고, 고요하고, 서늘한 짙푸른 빛의 새벽…
호숫가의 나무 아래서 담요를 덮고 웅크린 채 자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자…

나뭇잎 위로 부서지는 달빛과 어둠속에 말없이 서있는 산,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호수와 그 곁에 갈대를 스치는 실바람,
느릿하게 살며시 피어오르는 물안개,
허공을 맴도는 박쥐 한마리와 물로 뛰어드는 개구리 두 마리,
그리고 옅은 푸른빛이 번져 오는 새벽.

어느새 할아버지와 손자는 물을 길어 온  후 모닥불을 피워 밤새 언 몸을 녹입니다.
담요를 둥글 게 말아 개고  낡은 배를 저어 호수 한가운데로 나아갑니다.

삐그덕 소리를 내며 물살을 일렁이고 배가 호수 한가운데로 나가는 동안
차츰 날은 밝아오면서 어슴프레하던 새벽빛은 어느새 사그러 들고
초록빛의 산그림자가 호수와 산을 하나 되게 만들면서
새로운 아침을 시작하는 자연의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가득한 의식은 끝이 납니다.


새벽
새벽(원제 : Dawn)

글/그림 유리 슐레비츠 | 옮김 강무홍 | 시공주니어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앉아 번져 오는 새벽을 맞는 기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학창시절 도서관에서 밤샘 공부를 하다 새벽을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캄캄했던 창밖의 어둠을 서서히 걷어내다 어느 한순간 창너머 세상을 물들인 새벽 빛… 아주 짧은 그 순간… 놀라웠던 그 찰나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 책 “새벽”을 보면 예전에 도서관에서 맞이했던 그날의 그 울림이 떠오르곤 합니다.

새벽에 펼쳐지는 색의 변화를 서서히 그리고 또렷하게 담아낸 작가의 통찰력이 참 놀랍습니다.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도, 흥미를 끄는 주인공도 없는 그림책이지만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책의 장면 장면마다 순간 순간 달라지는 색채를 수채화로 기가막히게 표현해 그림 그 자체가 하나의 시가 되어 다가옵니다. 마음으로 느끼는 자연의 신비를 수묵화 느낌 물씬한 그림들로 표현해 낸 그림책입니다.

누군가에게 힐링이 필요할 때 권해주고 싶은 그림책 “새벽”이었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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