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방 일곱 동무

글/그림 이영경, 비룡소

‘아, 정말 곱다. 정말 고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곱다는 우리 말이 딱 이럴 때 사용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림책 “아씨방 일곱 동무”입니다.

빨강 두건 아씨가 잠든 틈을 타 아씨의 바느질을 도와주는 바느질 도구들이 나와 저마다 자신의 공을 내세우며 자기가 바느질을 할 때 가장 중요하다며 떠들어 댑니다. 재미있는 건 자부인이 말할때는 자부인이 가장 중요하겠다 싶다가도 바늘각시 얘길 들으면 바늘각시가 제일 중하다 싶고,뒤이어 홍실각시 떠드는 소릴 들어보면 실 없이 바늘만 있어봐야 무슨 바느질이 될까 하는 생각에 실이 더 중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드니… 정말 재미있죠?

바느질 도구인 일곱동무의 나 잘났소 하고 떠드는 소리에 잠이 깬 빨강 두건 아씨 화가 나서 소릴 치죠.

“듣자하니 모두들 제 잘난 줄만 아는구나. 너희가 아무리 잘 해낸들 내 손 없이 무슨 소용이 있어? 이몸이 제일이지, 어째서 너희가 제일이야! 내가 나서야 너희가 제 구실 하는 것도 모르고 시끄러운 소리로 단잠을 깨우다니!”

아씨방 일곱 동무

아씨의 호통에 눈물을 흘리는 일곱동무, 우리 딸아이 어려서 이 장면을 보면서 저기 위에 인두낭자와 다리미소저가 손을 붙잡고 우는 것을 들여다 보고 둘이는 자매라고 해서 한참 웃었어요. 자매라서 울 때도 손을 잡고 서로를 달래주며 운다나요.

아, 자신이 제일인 줄 알고 살았던 바느질 도구들은 모두 절망을 하고 맙니다. 하지만 다시 잠든 아씨는 꿈속에서 바느질 도구가 없어서 애를 태우는 악몽에 시달립니다. 울음을 터뜨리는 아씨를 깨워주는 일곱동무, 그리고 아씨도 큰 깨달음을 얻게 되죠.

각자 맡은 역할은 모두 다르지만 하나 하나 없어서는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함께 즐거이 바느질을 다시 시작한다는 그런 이야기 “아씨방 일곱 동무”. 서로를 존중해 주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맛보게 하는 그림책이죠.


※ 참고

아씨의 바느질을 도와주는 일곱동무는 그럼 누구 누구였을까요?

먼저 옷감의 길이를 재어주는 자부인이 있구요.
옷감을 잘라주는 가위 색시
새침떼기로 표현된 바늘 각시
요조숙녀 홍실 각시(홍실각시니 실이지요.)
담배 피는 할머니 골무할미
인두낭자, 다리미 소저 이렇게 일곱이 모여 일곱동무라 불리운답니다.

여기까지 들어보니 ‘어? 어디서 듣던 스토리 인 것 같다.’ 싶으시죠? 모두들 짐작하신대로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배웠던 고대소설 ‘규중칠우쟁론기’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랍니다.(수필이냐 소설이냐 뭐 이런 식의 시험문제가 나왔던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 하네요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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