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산호 플라눌라

동글동글 작디작은 플라눌라가 꼬물꼬물 바닷속을 헤엄치다 자리 잡은 곳은 커다란 바위 위, 그곳을 찾아온 산호 친구들과 함께 자라납니다. 푸른 바닷속은 볼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아요. 산호가 자라는 곳에 하늘하늘 해파리가 찾아오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커다란 공룡 친구들도 찾아와요. 시간이 지날수록 산호가 사는 곳은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더 크고 화려하게 변신합니다. 그와 함께 작은 플라눌라도 커다랗고 튼튼한 산호로 자라나죠. 알록달록 작고 화려한 물고기 떼, 해마, 성게, 물안경을 쓰고 산소통을 멘 신기하게 생긴 물고기들도 산호들이 사는 바다를 찾아와 놀다 갑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풍경은 그곳이 바다든 산이든 숲이든 사막이든 참 아름답습니다. 서로 달라서 아름답고 서로 다른 풍경들이 이루는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다른 생명들을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가슴 가득 벅찬 감동을 안겨줍니다.

어둠이 찾아온 깊은 바다에 색색깔 눈이 내려요. 아기 플라눌라들이 태어난 거예요. 깊은 달밤이 찾아오면 오래전 아기 플라눌라가 그랬듯 새로 태어난 아기 플라눌라들이 여행을 떠납니다. 새로운 생명들의 여행이 무사하기를 산호 친구들이 응원합니다.

생명들이 자라고 찾아오고 떠나가고 늘 평온했던 바다에 어느 날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비가 내리고 색색의 이상하게 생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물이 점점 따뜻해지자 화려했던 산호 군락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해요. 하얗게 변한 산호들은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알록달록 환하게 빛나던 산호들은 생명력을 잃은 돌덩어리처럼 보입니다. 유일하게 잠들지 않은 플라눌라 둘이 여행을 떠납니다.

안녕, 안녕
즐거운 여행 다녀와요.
좋은 꿈꾸어요.

시원한 바다를 찾아 함께 떠나는 플라눌라, 그들의 여행이 부디 무사하기를!


아기 산호 플라눌라

아기 산호 플라눌라

글/그림 민아원 | 봄봄
(발행 : 2018/02/09)

2018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외계인처럼 생긴 동그란 얼굴을 가진 요 귀여운 친구가 아기 산호 플라눌라에요. ‘플라눌라’는 강장동물의 수정란에서 발생된 최초의 유생을 말한다고 해요. 물 위를 헤엄쳐 다니다 다른 물체에 부착되면 한쪽 끝은 입이 되고 그 주위에 촉수가 나와 폴립이 된다고 합니다.

산호초 군락이 형성되는 과정 속에 그들을 찾아오는 친구들을 보면 산호가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지구에서 살아왔는지 알 수 있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산호가 지금 어떤 위기를 맞고 있는지도 알 수 있죠.

“아기 산호 플라눌라”는 아기 산호 플라눌라의 여정 속에 지구에 찾아온 위기를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결코 비관적이지 않아요. 시원한 바다를 찾아 향해 떠나는 산호에게 인사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며 마무리되는 그림책은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환경을 지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있어야 할 것들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 바로 그것 아닐까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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