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눈이 온다 펄펄’은 제목 그대로 한겨울 펑펑 쏟아지는 눈이 소재이기도 하지만 주로 떡을 만들고 함께 나눠 먹으며 재미나게 노는 내용을 담은 전래동요입니다. 아이들이 모여 앉아 재잘거리며 조물조물 떡을 만드는 모습, 서로서로 도와가며 떡으로 집을 짓는 모습, 그리고 나중에는 신나게 뛰어놀다 허기진 녀석들이 떡으로 지은 집을 한 입 두 입 맛나게 뜯어먹는 모습들이 알록달록 재미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아이들의 다양한 몸짓과 익살스러운 표정에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혼자 먹자 살짝 먹자 / 나눠 먹자 두루두루 / 앉아 먹고 서서 먹고 / 뒹굴며 먹고 숨어서 먹고’라는 노랫말 마냥 혼자 먹는 아이, 나무 그루터기에 숨어서 먹는 아이, 드러누운 채 뒹굴뒹굴 거리며 먹는 아이, 가마솥에 뭔가 끓여가며 친구들을 불러 모으는 아이…… 저마다 각양각색의 몸짓과 표정을 하고 있지만 한결같은 건 신나게 놀고 맛나게 먹는다는 사실. 그리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신나고 재미난 것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

며칠 전 대치역 8번 출구에 있는 버스정거장에서 사발면을 먹으면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1 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문득 생각이 나네요. 엄마 아빠 눈치 안보고 실컷 놀아도 될 나이인데, 패스트푸드로 끼니 때워가며 학원을 다녀야 하고, 학원에 가야 친구들 얼굴이나마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조물조물 꾹꾹 만든 떡으로 지은 집을 선물하고 싶어지는 오늘입니다.

아마도 저처럼 처음 접한 분들이 많을 것 같고, 노랫말이 하도 재미나서 아래에 ‘눈이 온다 펄펄’의 전문을 옮겨봅니다.

눈이 온다 펄펄

눈이 온다 펄펄
싸락눈이 싸락싸락
바람 불어 살랑살랑
떡쌀 가루 쏟아진다

떡 해 먹자 떡 해 먹자
떡쌀 가루 채에 쳐서
한가득 시루에 찌니
백설기가 되었네

쑥을 섞으면 쑥떡
치자를 섞으면 치자떡

참깨 밤 팥 꿀 달달한 소를 넣어
조물조물 꾹꾹
반달 모양 조개 모양
조물조물 꾹꾹

솔잎 깔아 시루에 찌니
솔잎 향 가득 송편이 되었네

떡 해 먹자 떡 해 먹자
진달래꽃 국화꽃 쑥잎을 얹고
대추 잣 참깨 검은깨 얹어
이리 굽고 저리 구우니
알록달록 예쁜 화전이 되었네

떡이 왔어요 영차영차
떡을 날라요 영차영차

집을 지어요 영차영차
떡으로 지어요 영차영차
백설기로 토대를 쌓고
송편으로 지붕을 이고
화전으로 처마를 만들자

집을 지어요 영차영차
떡으로 지어요 영차영차
모두 함께 지어요 영차영차
떡으로 만든 집 이제 다 됐어요

이제 떡을 먹어요
모두모두 함께 지은 떡으로 만든 집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모두 함께 먹어요

혼자 먹자 살짝 먹자
나눠 먹자 두루두루
앉아 먹고 서서 먹고
뒹굴며 먹고 숨어서 먹고

구워 먹고 쪄서 먹고
지져 먹고 볶아 먹고
새도 먹고 개도 먹고

눈이 온다 펄펄
싸락눈이 싸락싸락
바람 불어 살랑살랑
떡쌀 가루 쏟아지면
떡 해 먹자 떡 해 먹자
모두 모여 또 떡 해 먹자

“꼭꼭 숨어라” 중에서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지정관 | 그림 지 기미코 | 북뱅크
(발행 : 2018/03/15)

“꼭꼭 숨어라”는 고운 빛깔의 민화와 우리 전래동요를 예쁘게 버무려놓은 그림책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꼭꼭 숨어라’, ‘길로 길로 가다가’, 그리고 (저는 처음 들어보는) ‘눈이 온다 펄펄’ 이렇게 세 편의 전래동요가 해학과 풍자가 배어 있는 민화 특유의 정취를 잘 살린 그림과 함께 들어 있습니다.

전래동요를 엮어낸 지정관 작가는 오랜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지금은 일본에 살면서 ‘한국문화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분이고, 그림 작가 지 기미코는 그의 일본인 아내라고 하는군요. 원래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고, 한국 민화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나라에 와서 조선시대 민화를 배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설명을 들어서인지 그림에 담긴 익살스러운 해학은 우리 것 같으면서도 왠지 일본의 색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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