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네 가족

선생님이 며칠 뒤 있을 어머니날 파티에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에게 보낼 초대장을 만들래요. 어머니날 파티에 초대할 사람이 엄마 말고 또 누가 있나요?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을 초대하라는 선생님 말씀이 낯설다 싶은데…… 서로 자기 엄마를 꼭 초대할 거라며 재잘거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아이가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의 이름은 스텔라. 스텔라네 가족은 조금 특별해요. 아빠와 파파, 그리고 스텔라 이렇게 셋이 함께 살고 있죠. 아빠와 파파, 스텔라는 아빠만 둘인 동성 가정의 아이랍니다. 이제 어머니날 파티에 누구를 초대할지 스테파니가 왜 고민에 빠졌었는지 이해가 되죠? 그런데, 우리가 이해한 건 어쩌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스텔라의 고민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 고민이 아니니까요.

엄마는 없고 아빠만 둘이라는 스텔라의 말에 친구들이 질문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없으면 도시락은 누가 만들어? 우리 엄마는 내가 잘 때 옆에서 재미난 책을 읽어 주는데, 넌 어떻게 해? 아플 때 안아주고 뽀뽀해 줄 사람 있어?  아이들 생각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엄마가 없으면 어쩌지? 어머니날 초대할 사람이 없어서 어쩌지? 이런 생각…… 하지만 스테파니의 고민은 우리 예상과 달리 바로 이런 거였답니다.

내가 아프면 뽀뽀해 줄 사람 엄청 많아. 아빠랑 파파도 있고, 할머니랑 글로리아 숙모도 있고, 브루노 삼촌이랑 사촌동생 루시도 있어.

하지만 어머니날에 누구를 초대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초대할 엄마가 없는 게 아니라 초대할 사람이 너무 많았던 게 바로 스텔라의 고민이었습니다. 아빠와 파파, 할머니와 숙모, 그리고 삼촌이 스텔라에게는 아빠와 파파, 할머니와 숙모, 삼촌이면서 동시에 엄마 같은 존재였나봅니다. 그래서 어머니날 파티에 과연 누구를 초대해야 할지 고민이었던 거죠. 아빠만 초대하면 파파가 서운할 것 같고, 할머니만 초대하면 숙모가 삐질까봐 걱정이었던 거 아닐까요? ^^

그래도 아빠와 파파, 할머니와 숙모나 삼촌이 엄마를 대신할 수는 없는 거라구요? 네, 이 질문에는 저 뿐만 아니라 이 그림책을 쓴 작가들 역시 굳이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겁니다. 엄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스텔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는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일지도 모르지만 스텔라에게는 자신의 가족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뿐더러 다른 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행복하기만 할 뿐입니다.

어머니날 파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가족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을 멋지게 그렸습니다. 스텔라는 딱 한 사람만을 선택할 수 없어서 전부 다 초대했어요. 할머니, 아빠와 파파, 사촌동생 루시, 브루노 삼촌, 그리고 글로리아 숙모까지 모두 다요! 스텔라네 가족 그림과 함께 걸린 다른 가족들의 그림을 보면 다들 조금은 특별하지만 모두 행복해 보이네요.

스텔라와 스텔라네 가족의 행복에 아직도 ‘글쎄……’ 하고 마음 속에 의심을 품은 사람들이 있다면 레즈비언 부모 아래서 자란 청년 자크 와일즈(Zach Wahls)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2011년 당시 19살이었던 자크 와일즈가 미국 아이오와 주 사법위원회의 동성애 결혼을 금지하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공개청문회에서 연설했던 내용입니다.


스텔라네 가족
책표지 : Daum 책
스텔라네 가족

(원제 : Stella Brings The Family)
글 미리엄 비 쉬퍼 | 그림 홀리 클리프턴-브라운 | 옮김 김보람 | 불의여우
(발행 : 2018/03/30)

“스텔라네 가족”은 조금은 특별한 가족 덕분에 행복한 고민에 빠진 스텔라의 귀여운 이야기를 통해 다문화 감수성에 대해 우리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그림책입니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이제 우리도 가족의 다양성에 대해 마음을 열고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로 출판사 불의여우가 앞서 펴낸 그림책 “엄마와 나”는 입양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불의여우(revontulet)‘는 핀란드 사람들이 오로라를 부르는 말이라고 하는군요. 출판사 홈페이지에 담긴 ‘셀 수 없는 가짓수의 여우 꼬리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듯, 우리 아이들도 서로 다른 것들의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글이 앞으로 또 어떤 다양함을 담은 그림책을 내놓을지 기대하게 만듭니다.


테마 그림책 : 조금은 특별한 가족 이야기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