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밀리

전쟁 통에 헤어진 모녀의 재회 장면인 위 그림은 “사랑하는 밀리”라는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야기의 줄거리상으로는 딸아이가 30년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면 꽃을 든 아이가 엄마 품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엄마에게 어서 오라며 기다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눈까지 멀어 버린 엄마의 모습은 아이를 반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손을 잡아 달라며 아이에게 다가가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그림에서 하늘을 가만히 보면 아이 뒤쪽으로 교회탑 위로 밝은 빛이 환하게 펼쳐지고 있고, 엄마가 있는 집 위쪽으로는 왠지 어둡고 탁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를 경계선으로 이승과 저승, 천국과 지옥이 대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딸을 잃은 슬픔과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삶을 마감하고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막 들어선 엄마를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 딸아이가 마중나오는 듯한 느낌…

또,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낼 수 없어서 천국에서의 평화로운 안식을 포기하고 엄마를 찾아 돌아오는 딸아이, 목숨처럼 소중한 딸아이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삶조차 내버리는 엄마, 모리스 센닥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모녀의 사랑과 그리움을 이 한장의 그림에 담아낸 것 아닐까요.


사랑하는 밀리
책표지 : 비룡소
사랑하는 밀리(원제 : Dear Mili)

그림 모리스 센닥, 글 빌헬름 그림, 엮은이 랄프 만하임, 옮긴이 김경미, 비룡소

“사랑하는 밀리”는 원래 빌헬름 그림(그림동화로 잘 알려진 그림 형제 중 동생)이 1816년 밀리라는 소녀에게 쓴 편지에 담겨진 이야기였는데 1983년에 이 편지가 발견되면서 모리스 센닥의 그림으로 다시 살아난 작품이라고 합니다.(출판사 책소개 참고)

행복하게 살아 가던 모녀가 어느날 전쟁에 맞닥뜨리고, 엄마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사흘 후 돌아 오라며 숲속으로 도망치게 합니다. 도망친 아이는 숲속에서 발견한 작은 오두막에서 살고 있는 노인과 함께 사흘동안 평화롭게 지내고 다시 엄마를 찾아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엄마는 눈까지 멀어버린 채 늙어 있습니다. 아이가 보낸 시간은 사흘뿐이었는데 알고보니 삼십년이란 세월이 지나 있었던겁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 잃었던 딸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늙고 병든 엄마. 다음날 아침 행복하게 잠든 두 모녀의 시체가 마을사람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이 그림책에 담긴 모리스 센닥의 그림들은 마치 오래된 성당 벽과 천장에 거장들이 남긴 성화(聖畫)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야기 자체도 삶과 죽음에 대한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은 이 책의 그림과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까 궁금해지기도 하는 그림책입니다.


“사랑하는 밀리”는 현재 절판 상태입니다.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이 책을 출판했던 비룡소 홈페이지에 해당 그림책 정보가 있어서 책표지 출처에 해당 URL을 링크했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7월 3일 비룡소에서 해당 URL에 담긴 정보를 삭제했고, 비룡소 홈페이지 내에서 이 그림책이 검색되지도 않아서 책표지 출처는 비룡소로 표기했으나 링크는 따로 연결 시키지 않았습니다.(2016/07/03)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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