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

지난 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계엄군에게 희생 당한 아빠를 위한 추도사를 낭독하고 단상에서 내려가던 유가족을 뒤쫓아가 꼭 안아주던 대통령의 모습, 그 품에 안겨 오랜 세월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던 그 유가족의 모습. 단지 광주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서로를 안아주고 위로해줄 수 있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어떤 이들은 과거를 잊자고 합니다. 더 이상 과거를 뒤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합니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노래 하나 함께 부르지를 못했던 그들입니다. 2017년 5월 18일에야 비로소 우리는 손에 손 마주 잡고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입니다. 오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그동안 상처받은 광주 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합니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죽은 자들이 앞서서 나가며 산 자들이여 따르라고 손짓합니다. 자칫 근엄하고 장중해야 할 분위기 같지만 마주 잡은 손들은 뜨거운 희망이 넘실거리며 어깨춤이 절로 나 힘차게 나아갑니다. 온갖 불의에 맞섰던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두 눈에선 뜨거운 물줄기가 흘러 내리고, 그들의 정의로움에 자랑스러워 모두의 얼굴엔 웃음 가득합니다.

지난 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가 미처 알고 있지 못했던 의인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주었습니다. 하지만 시간 관계상 모두의 이름을 불러주진 못했습니다.

40일 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아홉 살 전남대생 박관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노동자 표정두,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네 살 조성만,
‘광주는 살아있다’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 중에서

대통령이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준 이들을 포함해서 1980년부터 1988년까지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죽어간 이가 모두 열두 명이나 됩니다. 하나같이 20대 젊은 청춘들입니다. 박래전 열사의 친형 박래군은 대통령을 대신해 그들 열두 명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주었습니다(출처 : 박래전 열사의 친형 박래군 님의 페이스북).

  1. 1980년 광주 학살에 항의하는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남기고 종로5가 기독교회관 6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한 살, 서강대생 김의기.
  2. 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 네 거리에서 “유신잔당 물러가라!”고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두 살, 노동자 김종태.
  3. 1981년 학내에서 산발적인 시위 도중에 도서관 6층에서 “전두환 물러가라!”는 구호를 세 번 외치고 투신 사망한 스물두 살, 서울대생 김태훈.
  4.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광주진상규명을 위해 40일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아홉 살, 전남대생 박관현.
  5. 1985년 광주 전남 도청 앞에서 “광주시민이여! 침묵에서 깨어나라!”고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노동자 홍기일.
  6. 1985년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일곱 살, 경원대생 송광영.
  7. 1986년 “전두환 및 5.18 쿠데타 주동자는 물러가라.”는 주장을 하고 목포역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두 살, 사회운동가 강상철.
  8. 1987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노동자 표정두.
  9. 1987년 ‘군부독재 끝장내고 민주정부 수립하자!’는 주장을 하면서 42일간 학내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분신 사망한 스무살, 목포대생 박태영.
  10. 1988년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네 살, 서울대생 조성만.
  11. 1988년 “광주항쟁 진상규명”을 외치며 학교 교정에서 분신 사망한 스무살, 단국대생 최덕수.
  12.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고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

이제 꼭 1년이 지났습니다. 앞서서 간 자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말자며 불필요한 논란을 모두 끝내고 두 손 마주 잡고 함께 나아가자고 한지 꼭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파헤치고 밝혀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바뀐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국민 모두의 바램을 외면하며 버티는 자들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결국은 우리는 해낼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앞서서 간 김의기, 김종태, 김태훈, 박관현, 홍기일, 송광영, 강상철, 표정두, 박태영, 조성만, 최덕수, 박래전 그들의 뒤를 따라 유가족과 국민 모두가 나란히 손 잡고 나아갑니다. 경상도니 전라도니, 오른 쪽이니 왼 쪽이니 편 가르지 않고 한데 어울려 나아갑니다. 사람이 살기 좋은 평화와 희망 가득한 세상을 향해서.


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
책표지 : Daum 책
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

글 문재인 대통령 5·18 민주화 운동 기념사 | 그림 고정순 | 봄나무
(발행 : 2018/04/23)

“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는 지난 해 문재인 대통령의 5·18 민주화 운동 기념사를 차분한 그림으로 재구성한 그림책입니다.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와 유가족, 4·19 혁명 유가족,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이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걸어들어온 행사장에서 긴 세월 멈췄었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순간 온 국민이 느꼈던 희망을 고정순 작가가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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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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