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

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

언제나 자동차와 세상 이곳저곳을 함께 여행했던 타이어, 둘은 언제까지고 여행을 멈추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 날 자동차는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됩니다. 타이어는 그대로 멈춰있고 싶지 않았어요. 세상을 더 보고 싶은 타이어는 자동차를 벗어나 홀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죠.

누렇게 변한 가을 풍경이 강하고 아름다웠던 전성기를 보내고 이제 그 자리에 영원히 멈춰버린 자동차의 모습처럼 애잔해 보입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 힘들었던 걸까요? 낡은 자동차에서 벗어나 홀로 세상을 여행하기로 결심한 타이어, 평생을 같이 지내온 든든한 길동무도 없이 타이어 혼자 무사히 여행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타이어는 혼자서도 쌩쌩 달리며 세상 곳곳을 즐겁게 여행합니다. 하지만 커다란 바위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타이어는 그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그만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널따란 들판 바닥에 드러눕는 순간 타이어는 자신의 여행이 이제 정말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모든 것이 끝이라 생각한 순간 타이어에게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가만히 그 자리에 누워있는 낡은 타이어 주변에 생쥐들이 찾아와 놀다 가기도 하고, 큰비가 쏟아진 뒤 빗물이 고인 타이어에 개구리들이 놀러 오기도 했거든요. 남쪽으로 떠나는 기러기가 잠시 쉬었다 가기도 했고, 작은 동물 친구들이 찾아와 놀다 가기도 했어요. 세상 구경을 하느라 늘 바쁘게 움직였던 타이어는 자신을 찾아오는 친구들을 맞이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가만히 제자리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됩니다.

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

차갑고 긴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찾아왔어요. 깊은 잠에 빠져있던 타이어를 깨운 푸르른 새싹들, 동그란 타이어 속에서 싱그럽고 푸르른 새싹들이 자라납니다. 그 품속에서 어여쁜 꽃들이 깨어납니다.

이제 나는 몹시 가 보고 싶었던 세상을 점점 잊어 가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새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지요.
지금, 이곳에서 내가 무척 행복하다는 것을 말이에요!


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
책표지 : Daum 책
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

자웨이 | 그림 주청량 | 옮김 나진희 | 노란상상
(발행 : 2018/03/26)

“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을 보고 있자면 마치 우리 인생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멈춘 자동차를 두고 혼자 씩씩하게 떠나는 낡은 타이어의 모습에서 부모 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어느 청년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랜 시간 몸담아왔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새삶을 준비하는 머리 희끗한 어느 중장년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과감하게 떠난 여행길, 새롭고 신기한 것들을 보면서 설레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지만 오래지 않아 타이어에게 찾아온 시련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평생을 달리는 것만 해왔던 타이어에게 영원히 제자리에 멈춰있어야만 하는 운명이라니! 어쩌면 이렇게도 삶은 가혹할까요? 하지만 타이어는 그곳에서 삶의 또 다른 기쁨을 알게 됩니다. 달리며 보았던 새로운 풍경도 아름답지만 멈춘 자리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지도 못한 순간들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우리 인생,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고 그래서 살만한 것 아닐까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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