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향은 어디야?

유치원에서 ‘고향’이라는 말을 배운 하루가 엄마에게 ‘엄마 고향이 어디냐’ 묻자 엄마는 이렇게 답했어요.

“엄마 고향은 외갓집이지.”

하루의 질문에 엄마는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오래 전 고향을 소환해 옵니다. 딱 딸아이만했을 때의 엄마는 매일 어떻게 보냈는지를 말이죠.

이른 아침 논에 다녀오시는 할아버지의 저벅저벅 발소리에 잠에서 깨곤했던 엄마는 할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밥으로 하루를 엽니다. 김치랑 나물, 따끈한 국이 놓인 아침상, 아침을 먹고 나면 닭에게 모이를 주고 물도 주고 대문간에서 부르는 친구들과 냇가로 들로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가 금방입니다. 모래도 풀도 하늘에 빙빙 맴도는 솔개도 논둑 밭둑에 지천인 나물도 두레박을 길어올리는 것도 모두 놀이였던 시절이었어요. 캄캄한 밤이면 가족들 모여 같이 어울려 노는 재미는 또 어땠구요. 언니, 동생 모여 다리세기 놀이도 하고, 엄마를 도와 마른 빨래를 개키는 것도 놀이처럼 재미났고, 불꺼진 방에서 그림자 놀이하는 것도 즐거웠죠.

밤이면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 소쩍새 울음소리가 자장가가 되어주었던 시절,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컴퓨터도 스마트 폰도 없는데 그게 무슨 재미래?’ 이렇게 말할까요? 타임머신이 있어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느끼는 향수만큼 짜릿할까요?

아무 것도 없어서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무엇이든 놀이로 만들 수 있었던 그 시절, 그래서 온 종일 무얼할까 궁리궁리하며 놀이를 찾아 다니던 그 시절, 하루종일 뛰어다니다 보면 저절로 잠이 찾아왔던 그 시절의 까만 밤이, 하얀 낮이 그립습니다.


엄마 고향은 어디야?
책표지 : Daum 책
엄마 고향은 어디야?

노정임 | 그림 이진경 | 웃는돌고래
(발행 :  2018/06/01)

들녘에 자란 풀잎처럼 푸근하고 다정한 그림책 “엄마 고향은 어디야?”에는 이진경 작가의 그림이 고향처럼 담겨있습니다. 2002년부터 쌈지 아트디렉터로 활동했고 ‘산돌쌈지농부이진경체’라는 폰트를 제작한 이진경 작가가 처음으로 작업한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엄마의 고향이 어딘지 물었던 하루의 질문에 엄마가 펼쳐 놓은 그 시절 엄마의 고향은 자연 그 자체입니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눈 뜨고 자연과 놀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와 함께 잠들었던 그 시절을 따라가다보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되고 말죠.

“엄마는 고향에서 놀기만 했네.”

친구랑 가족들이랑 놀고 놀고 또 놀고 원없이 놀기만 했는데 그렇게 놀고도 내일 일찍 일어나서 재미있게 놀아야지 생각하고 잠들었던 그 시절이 빼곡히 담겨있어요. 봄이라서 좋고 여름이라 좋고 가을이 찾아와 좋고 겨울이 와서 더 좋았던 그 시절, 시간과 계절과 함께 자랐던 우리들이었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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