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니?

기억나니?

우린 또 약속했지. 곧 또 어떤 모험을 할지 찾아보자고. 바다든 사막이든 도시든, 모험이 있다면 어디든. 우린 선원이나 우주 비행사보다 용감했고 거인이나 고층빌딩보다 컸으며 물속에서도 또 빗속에서도 숨을 참을 수 있었지.

또 모퉁이 모퉁이마다 모험이 기다리고 있어도 전혀 두렵지 않았어. 모험이 두려우면 바로 집에 돌아가면 되니까.

‘기억나니?’란 말은 방금 만난 사람에게는 물어볼 수 없는 말이죠. 단 하루라도 나와 함께 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말, 기억나니?

한 장 한 장 기묘한 장면과 다채로운 색깔로 채워진 그림 속 주인공은 한 쌍의 젊은이들입니다. 그리고, 그림 한쪽 구석엔 나이 지긋한 두 사람이 조그맣게 모노톤의 가느다란 선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노년의 두 사람의 추억들은 현재보다 더 선명하고 다채롭습니다.

살다보면 지난 추억의 한 순간이 지금 이 순간보다 훨씬 더 선명해지곤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일이 더 잦아집니다. 지난 날의 어떤 조각은 지독히도 후회스럽고, 또 어떤 날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를만큼 나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작은 조각들 하나하나가 얼키설키 뒤섞여 내 지금의 삶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흐릿하지만 먼 훗날 언젠가는 선명한 기억으로 되살아나게 될 오늘을 살아갑니다.

나의 그 날을 기억해줄 누군가와 함께!


기억나니?
책표지 : Daum 책
기억나니?

(원제 : Weißt du noch)
조란 드르벤카르 | 그림 유타 바우어 | 옮김 김경연 | 미디어창비

(발행 : 2018/01/22)

살아온 세월 한 순간 한 순간의 기억들과 소중한 이와의 추억으로 가득한 그림책 “기억나니?”. 글을 쓴 조란 드르벤카르는 독일에서 소설과 청소년, 유아동 문학 전반을 아우르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라고 합니다. 글이 아이들에겐 다소 무겁고 지루하다 싶지만 유타 바우어의 꼼꼼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다양한 형상과 색깔, 그리고 기묘한 이야기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출판사 서평에는 두 자매의 추억을 담은 책이라고 하지만 꼭 그렇게만 한정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추억이란 나 혼자만의 것일 수도, 나와 함께했던 누군가와의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누군가가 꼭 두 자매여야 할 이유도 굳이 없겠죠?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모자 쓴 난쟁이, 산꼭대기에 걸터앉아 카드놀이를 하는 염소 세 마리, 박하 맛과 차가운 돌멩이 맛의 빗방울, 다이아몬드를 들고 나타난 두더지, 교통사고를 당하고 유언장을 남긴 여우, 입을 손으로 가리지도 않고 트림을 두 번이나 한 무례한 달님……. 두 작가가 기묘한 상상 속에 담아낸 추억 “기억나니?”, 이야기가 잘 안풀려 답답한 작가에게,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막막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무언가 재충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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