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의 정원

메이가 이사 온 곳은 풀 한 포기 찾아보기 힘든 삭막한 도시입니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사과나무 한 그루는 고사하고 수선화 한 송이 자랄 자리조차 그 어디에도 없을 것 같아요. 메이는 친구들하고 놀고 싶었고 사과나무에서 새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도시에서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메이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보도블록 위에 풀밭도 그려보고 상자 위에 사과나무도 그려 보았어요. 집 안에서 망원경으로 살펴 보다 나무와 그네가 있는 공원도 발견합니다. 힘들게 찾아간 공원에서 만난 작은 새는 메이를 거대한 유리 벽으로 막힌 초록 숲으로 데려갔어요. 닫힌 숲 주변을 서성이면서 새를 기다리던 메이가 찾은 것은 유리 벽 사이 틈새를 비집고 나온 초록빛 작은 싹이었어요.

메이 가슴을 반짝 물들인 작은 초록 싹은 왠지 메이의 모습과 꼭 닮아 보입니다. 유리 벽 사이 틈을 비집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온 작은 싹과 회색빛깔 건물로 가득한 도시에서 초록 숲을 찾아다니던 메이의 만남, 둘은 어딘가 꼭 닮아 있는 듯 합니다.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희망을 품게 한다는 점에서……

숲의 한 조각인 작은 싹을 소중하게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작은 병에 심고 있자니 메이 주변을 서성이던 아이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이면서 다가옵니다.

작은 병이지만
식물 하나가 자라기에는
충분했어요.

작은 초록들이 모여 싱그러운 공간을 이루어 갑니다. 팔랑팔랑 나비가 날아들고 무당벌레가 찾아오고 그들을 따라 아이들이 뛰어노는 그곳, 그곳은 메이의 정원입니다. 작은 식물 하나에서 시작한 메이의 정원은 언제나 풍요롭습니다. 삭막한 도시에 자라는 초록 식물들, 그곳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얼굴도 한층 싱그럽고 밝아 보입니다.

만약에 메이가 공원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작은 새를 따라가지 않았다면, 새싹이 유리 벽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새싹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병에 심지 않았더라면……. 초록빛으로 가득한 메이의 정원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저 마음 한구석 아련한 꿈이었을 뿐.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은 없어요. 시작하는 순간이 있어야 모든 것은 가능해지는 것이죠. 수많은 시행착오와 도전, 용기가 모여 마침내 꿈이 되는 것, 메이의 풍성하고 아름다운 정원처럼 말입니다.


메이의 정원
책표지 : Daum 책
메이의 정원

(원제 : Florette)
글/그림 안나 워커 | 옮김 김경연 | 재능교육
(발행 : 2018/05/08)

2018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 2018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삭막한 도시에서 메이가 꾸는 초록빛 꿈은 그저 망상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보도블록 위에 숲을 그리고 집 안에 쌓인 상자에 나무를 그려보고 나무가 있는 공원을 찾아다는 노력 끝에 작은 초록 싹을 만난 것이죠. 그리고 그것을 더욱 크고 아름답게 가꾸는 과정 속에 더 큰 것들을 얻게 된 것이고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안되는 이유만 찾으려 들지 말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꿈을 찾아 자꾸자꾸 부딪치다 보면 결국은 만나게 될 거예요. 풍성하고 아름다운 나만의 초록빛 정원을!

“처음 학교 가는 날”, “안녕, 울적아”, “페기”, “빨간 버스”의 작가 안나 워커의 수채화 그림들은 언제 보아도 참 좋습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수채화 그림을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마음에 커다란 안식을 얻는 것 같아요. 메이의 간절한 꿈을 이루는 과정을 아름다운 수채화 그림 속에 담아놓은 멋진 그림책 “메이의 정원”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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