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솜털 같은 구름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냈어요.
해가 저물기 시작했어요.
훨씬 더 가파른 빙벽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리는 올라가야 했어요.
나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지요.
아! 그처럼 높은 곳에서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새 발밑이 점점 평평해졌어요.
우리는 눈 덮인 둥근 지붕 같은 산꼭대기에 도착했어요.
주인님은 기뻐서 넋을 잃은 듯 보였어요.
하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힘겨운 여정 끝에 마침내 올라선 정상에서 바라보는 밤하늘. 잠시 뒤돌아보면 몇 번이고 주저않고 싶었던 기억들, 그럴 때마다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던 길동무들의 얼굴들이 스치듯 지나갑니다. 그리고 다시 앞을 내다봅니다. 다시 또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소쉬르가 자신의 알프스 탐험을 담아낸 두 권의 책 “몽블랑 등정 일기”와 “알프스 여행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작가는 언제나 소쉬르의 곁을 지키는 반려견에게 자신의 시각과 상상을 투영합니다. 그토록 갈망했던 몽블랑 등정의 꿈을 이룬 뒤 밤하늘을 바라보는 주인의 눈빛 속에서 반려견은 주인의 기쁨을 함께 느낍니다. 그리고 발견합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꿈과 열정을!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

(원제 : L’ascension de Saussure)
글/그림 피에르 장지위스 | 옮김 나선희 | 책빛
(발행 : 2018/07/30)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는 과학자이자 등반가였던 소쉬르(Horace-Bénédict de Saussure)의 첫 번째 몽블랑 등정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애니메이션과 영화 기획자이자 무대 연출가이기도 한 작가 피에르 장지위스의 첫 번째 그림책인 이 책은 2018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책의 매력은 부드럽고 잔잔한 느낌의 색연필 그림으로 그려낸 알프스의 아름다우면서도 경외로운 풍경과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몽블랑에 오르는 여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 인간의 접근을 불허한 채 미몽의 대상이었던 산을 인간이 자연스레 오를 수 있고 넉넉하게 안길 수 있는 곳으로 바꿔준 한 과학자의 의지와 열정을 재조명했다는 점, 장대한 알프스 풍경 속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로 묘사한 소쉬르와 그의 일행들의 모습에서 18세기 등산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건 내게 열병과도 같았다.
수많은 산을 보았지만,
몽블랑만큼 나를 고통스럽게 사로잡은 산은 없었다

– 소쉬르

알프스의 한 봉우리에서 마주한 몽블랑을 향한 한 등반가의 열정을 담아낸 멋진 그림책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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