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모래

여름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남매의 마음은 아쉬움으로 가득합니다.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는 모양이에요. 아이는 계단 앞에 앉아있다가 신발 속에 들어간 모래가 집까지 따라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일상으로 돌아온 아이 눈에 세상은 재미없는 무채색이지만 아이를 따라온 그곳의 모래는 노란 황금빛으로 반짝입니다. 주르륵 쏟아 한 손에 모아 쥔 황금빛 모래 한 줌은 커다란 해변 자체입니다.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죠.

아이는 한 손 가득 모은 모래를 앞마당에 심기로 했어요. 여름휴가지에서 아이를 따라온 노란 모래, 심으면 무엇이 자랄까요?

모래를 앞마당에 뿌리는 순간 남매의 멋진 상상이 시작됩니다.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마당은 노란 파라솔이 가득 펼쳐진 파라솔 밭으로 변신했어요. 두 아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합니다. 노란 모래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합니다. 노란 풍차 숲으로, 레몬 맛 나는 아이스크림 꽃밭으로, 튼튼한 모래성으로, 파도가 넘실대는 해변으로 변신하며 아직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마음에 다시 한 번 즐거움을 가득 심어주었어요.

“모래알들이 다시 넓은 해변으로 변할지도 몰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금빛 모래 해변 말이야.”

금방 떠나왔는데도 금빛 모래 해변이 벌써 그리운 두 아이, 잠자리에 들기 전 아빠는 약속했어요. 새로 모래를 모을 수 있게 내년에도 바닷가에 데려가 주겠다고…

다시 돌아올 내년 여름휴가를 상상하며 이제 이 여름을 고이 보내주어야겠죠. 햇살, 바람, 사람, 사진, 향기…  꿈처럼 휘리릭 지나간 달콤했던 지난여름의 좋은 추억들 가슴에 가득 안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한 줌의 모래

한 줌의 모래

(원제 : Graines De Sable)
글/그림 시빌 들라크루아 | 옮김 임영신 | 북스토리아이
(발행 : 2018/08/16)

신발 속에 남겨진 모래 한 줌으로 떠난 상상 여행을 통해 지난 여름휴가의 아쉬움을 달래는 아이들의 모습을 예쁘게 그려낸 그림책 “한 줌의 모래”, 그림책 속에서 아이의 그리움과 아쉬운 마음은 황금빛 선명한 노란색으로 아련하면서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아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알알이 빛나는 황금빛 모래알. 한 줌의 모래 속에는 지난여름 가족과 함께했던 추억이 담겨 있죠. 모래알은 다양한 풍경으로 변신하며 아이에게 다시 밀려옵니다. 잠이 몰려오는데도 아쉬운 마음에 집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아이들을 꼬옥 안아주며 다음을 약속하는 아빠 품속에서 아이들의 노랗고 어여쁜 꿈은 다시 영글어 가겠죠.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에 다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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