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오던 날

그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단다.
그 날을 기억하니?
그 날의 행복한 기분을 떠올려 보렴.
너는 보드라운 수건에 싸여 있었고
네 곁에는 즐거운 음악 소리와 들뜬 목소리가 가득했지.
귀여운 친구들이 너를 반갑게 맞아 주고
밤은 포근한 달빛 이불을 꺼내 덮어 주었어.
오래오래 기억해 주겠니?
모두가 너를 바라보며 미소 짓던 그날을 말이야.
자장자장, 우리 아가 좋은 꿈꾸렴.
우리에게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외동딸의 스무 번째 생일이 바로 며칠 전이었습니다. 세월 참 빠르네요. 분만실 밖 복도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스물한 살이라니 말이죠. 수건에 싸인 아기를 안고 나오는 간호사를 붙잡고 눈 코 입 멀쩡한지, 손가락 발가락 열 개씩 다 잘 달렸는지 묻자 다 정상이고 아주 건강하다고 답해주던 간호사의 말은 또 왜 그렇게 고맙던지…….

이제 어엿한 아가씨가 되셨답시고 제법 어른 행세를 해대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 앞에선 아무 소용 없습니다. 그저 ‘우리 아기’일 뿐이죠.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아빠보다는 엄마가 더 심합니다. 아직도 어린 아이 다루듯 요리조리 조물딱 거리면서 자기보다 더 큰 아가씨에게 찰떡 같이 달라붙어서 돌보려고 드니 말이죠. 딸아이도 가끔은 그런 엄마 품이 싫진 않은지 냉정하게 뿌리치다가도 어느 순간 보면 두 모녀가 달라붙어서 시시덕 거리기 일쑤네요.

아내랑 딸아이 키우던 이야기 하다 보면 결론은 늘 ‘아이가 우리에게 와 줘서 참 고맙다!’,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인 것 같습니다. 신기하죠? 엄마 아빠가 늘 베풀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고마워 하고 감사해 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왜 엄마 아빠인 건지……. ^^

오늘 소개하는 그림책 “네가 오던 날”의 작가도 우리 부부랑 마음이 통했나봅니다. 아이와 처음 만난 날 아이에게 건넨 첫 마디가

우리에게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인 걸 보면 말입니다.


네가 오던 날

네가 오던 날

글/그림 조혜진 | 현암주니어
(발행 : 2018/08/25)

“네가 오던 날”은 세상 모든 엄마 아빠라면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날에 대한 설렘과 행복한 순간에 대한 기억을 예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특별히 2017년 4월 12일 온 세상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첫 아이 유주에게 주는 엄마의 첫 번째 선물이자,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들의 설렘, 이 세상 모두가 우리 아이를 축복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엄마의 마음, 아이와 처음 만나던 그 순간의 뭉클함, 곤히 잠든 아이를 내려다보며 빌었을 간절한 기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엄마 아빠라면 누구나 각자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가가 촉촉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본다면 ‘아, 우리 엄마가 날 이렇게 기다렸구나!’하고 행복한 미소로 돌아보며 엄마 품을 파고들 것만 같은 그림책 “네가 오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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