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 자전거

탈보조바퀴를 꿈꾸는 꼬마. 무지 빠르고 엄청 멀리 갈 수 있는 아빠의 치타 자전거가 부럽기만 한 딸아이. 이제 자신도 아빠와 함께 신나게 달릴만큼 컸으니 네 발 자전거에서 보조 바퀴를 하루 빨리 떼어내고 싶은데 아빠는 그런 아이 마음도 모르고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합니다.

아빠를 졸라서 오늘은 꼭 보조 바퀴를 떼어야겠다.
나는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정성껏 불렀다.
아빠를 깨울 때는 아주아주 조심해야 한다.
아빠가 사나워지면 망하니까.

오늘은 기필코 보조 바퀴를 떼어야지 굳게 맘먹고 늦잠 자는 아빠를 살살 달래가며 깨웠건만 잠깐 한 눈 파는 사이 아빠는 출근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빠가 없으니 심심하다.
아빠는 심심한 게 좋은 거라고 한다.
심심한 일 뒤에는
항상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고 아빠가 그랬다.
그런데 난 그냥 심심하기만 하다.

‘심심한게 좋은 거다. 심심한 일 뒤에는 항상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흠… 얼핏 들으면 아빠의 강력한 스웩과 포스가 느껴지는 멋진 명언 같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심심하다며 같이 놀자 졸라대는 딸아이를 떼어 놓으려는 아빠의 잔꾀에 불과하죠. ^^

재미있는 일이 생기기는 커녕 끝없이 심심하기만 한 딸아이는 결국 네발 자전거를 끌고 아빠를 찾아 나섭니다. 무시무시한 숲을 지나고, 그늘 하나 없이 뜨거운 언덕을 넘어, 까치 아저씨가 알려준 방법대로 치타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리막길을 달린 끝에 해저물녘이 다 되어서 아빠의 일터가 있는 마을에 도착한 아이. 뜻밖의 손님을 발견하고 반가움에 달려 나온 아빠는 딸아이를 와락 껴안고 빳빳한 수염으로 고슴도치 뽀뽀 공격을 퍼붓습니다.

아빠는 “우리 딸 언제 이렇게 컸지?”라며 드디어 보조 바퀴를 떼어 줍니다. 이제 딸아이도 아빠와 함께 신나게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빠와 나는 강 건너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사실 내 진짜 소원은
치타 자전거를 타고 멀리 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아빠와 같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내 진짜 소원은 그냥 아빠와 같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라는 말에 아이의 마음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멋진 여행지, 맛있는 음식, 비싸고 좋은 장난감과 선물도 좋지만 아이를 그 무엇보다도 더 행복하게 하는 건 역시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것이겠죠.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잘 담아낸 그림책 “치타 자전거”였습니다.

“치타 자전거”는 현실 – 꿈 – 현실 순으로 꿈과 현실을 오가며 아이의 즐거운 상상을 담아낸 그림책이지만, 본 글에서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고 썼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치타 자전거

치타 자전거

글/그림 전민걸 | 한림출판사
(발행 : 2018/10/30)

“치타 자전거”는 “우리는 아빠와 딸”, “슈리펀트 우리 아빠”, “방방이”, “수영장에 간 아빠”에 이은 ‘아빠딸그림책’ 시리즈의 다섯 번째 그림책입니다. 아빠 그림책 작가들이 만드는 ‘아빠딸그림책’ 시리즈, 작가의 시점으로 아빠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딸바보 아빠 작가들에게는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작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멋진 그림으로 아빠와 함께 하고 싶은 딸아이의 마음을 인상적으로 담아낸 그림책 “치타 자전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담고 싶은 그림이 너무 많았던 작가의 열정을 잘 갈무리해줘야 할 편집자의 역할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긴 하지만 전민걸 작가의 전작 “바삭바삭 갈매기”만큼이나 재미있고 유쾌한 그림책입니다.

0 이 글이 마음에 든다면 공감의 표시로 왼쪽 회색 하트를 눌러주세요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