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마침내 파블로프는 루빈스타인의 눈을 바라보았어요.
루빈스타인도 파블로프의 눈을 마주 보았어요.
그런데 두 사람이 보고 있는건 서로의 눈이 아니었어요.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보고 있었어요.
…..
사람들은 두 사람을 쳐다보았어요.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파블로프는 참 멋져요.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아무도 두 사람 얼굴에 가득 핀 웃음꽃을 보지 못했고
아무도 두 사람 사이에 싹튼 사랑을 보지 못했지요.

루빈스타인은 보석처럼 빛나는 눈, 조각처럼 오똑한 코, 새처럼 우아하고 섬세한 손을 가진 미인입니다. 그런데 루빈스타인이 예쁜걸 아무도 몰라요. 그녀의 덥수룩한 수염만 쳐다보기때문이죠.

그러던 어느날 공원으로 산책을 간 루빈스타인은 멋진 남자 파블로프를 만납니다. 파블로프 역시 루빈스타인에게 반하죠. 파블로프는 루빈스타인의 수염 뒤에 숨겨진 보석같은 눈, 조각같은 코, 우아하고 섬세한 손, 작고 예쁜 발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습니다.

세번의 반전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에는 세번의 반전이 있습니다.

예쁜 루빈스타인의 눈, 코, 손 등을 보여주더니 갑자기 그녀가 예쁘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며 여지껏 가려져 있던 루빈스타인의 덥수룩한 수염을 보여줍니다. 첫번째 반전은 바로 루빈스타인이 세상에서 단 한명뿐인 수염 난 여인이란 사실.

산책길에 만난 훈남 파블로프, 그는 루빈스타인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남자였습니다. 그림책을 보면서 공원 벤치 위에서 싹튼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 하며 다음 장을 넘기면 두번째 반전이 드러납니다. 덥수룩한 수염 뒤에 감춰진 루빈스타인의 예쁜 눈, 코, 손, 그리고 그녀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알았던 멋진 남자 파블로프는 유별나게 긴 코를 가진 ‘코끼리 남자’였던겁니다.

세번째 반전은 뭘까요? 미녀와 야수, 개구리 왕자 등의 동화에서 흔히 봐왔던 결말은 이책에 없다는겁니다. 파블로프의 키스로 루빈스타인의 수염이 없어지자 사람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송하게 되고, 파블로프의 길다란 코끼리 코가 갑자기 없어지고 수염이 없어진 루빈스타인과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해피엔딩은 이 책에 없습니다.

수염이 난 여인 루빈스타인과 코끼리 코 파블로프… 그 모습 그대로 그들의 만남과 사랑이 계속됩니다. 그들이 불행해졌다거나 아니면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을 보여주진 않지만 이 그림책을 보고난 후 두 사람이 불행에 빠져들었을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점, 우리와 아주 많이 다른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그림책의 세번째 반전이면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요?

영화 “This Boy’s Life“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This Boy's Life
Daum 영화

Do you know what chickens do when one chicken’s different?
With black feathers on its head, say?
They peck at that bIack spot untiI the chicken’s dead.
They can’t stand that it’s different.

닭들이 자기들이랑 다른 닭을 어떻게 하는 지 알아?
머리에 검은 털이라도 하나 박혀있으면?
죽을 때까지 그 까만 털을 쪼아버리지.
자기랑 다른 놈은 못 참거든.

여자같은 남자 아서 게일이 주인공 토비에게 하는 말입니다. 보통 남자들과는 다른 자기 자신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에 대한 푸념이면서, 토비의 개성과 가능성을 짓밟고 자기와 같은 삶 속에 가두려고 하는 계부로 인해 힘들어하는 친구 토비에 대한 위로이기도 합니다.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를 서커스단으로 몰아 세우고 사람들의 구경꺼리로 만든 인간의 사회는 아서 게일이 말한 자기와 다른 놈을 참지 못하고 죽을때까지 쪼아대는 닭장 속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여자가 수염이 났다는 이유로, 코가 비정상적으로 길다는 이유로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는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힘들었을겁니다. 결국 그들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은 남들의 구경꺼리가 되는 것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요?

‘여자는 수염이 나면 이상한거야’, ‘코가 너무 길면 비정상이야’ 이런 생각은 불변의 사실이라기보다는 다수가 만들어낸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통념일뿐입니다. 외모가 우리와 다르다 해도 그들 역시 우리처럼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이웃이며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작가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로 손가락질하고 따돌리고 집단의 논리를 강요하며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개성을 외면한채 획일화된 교육을 몇수십년이 지나도록 답습하고 있는 우리의 낡은 교육체계에 전하는 일종의 경고이기도 하구요

수염 뒤에 가려진 루빈스타인의 참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던 파블로프의 순수한 눈, 길다란 코 밑에 가려진 파블로프의 당당히 살아가는 삶에 대한 자신감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루빈스타인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절실한 요즘이 아닌가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책표지 : 북극곰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글/그림 펩 몬세라트, 옮긴이 이순영, 북극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