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 년에 한 번 수의사 잭이 동물원의 동물들을 진찰하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 동물원을 찾은 잭은 즐거운 마음으로 동물들을 만나러 갑니다(참고로 수의사 잭은 아주 오래 전부터 동물들의 생각을 읽을 줄 알아요).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동물들의 상태가 아주 심각합니다. 보아뱀은 우리 안이 불편하대요. 코끼리는 정글 냄새가, 사자와 기린은 사바나 들판의 마른 풀냄새가 그립대요. 흰 눈이 보고 싶은 펭귄과 북극곰, 실컷 헤엄치고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넓은 강이 필요하다는 하마와 악어, 맑은 공기와 깊고 푸른 밤이 그립다는 영양과 늑대… 오늘따라 향수병에 푹 빠진 동물들의 축 처진 모습에 수의사 잭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알약 열 개, 가루약 스무 봉지, 물리치료 마흔 번, 주사 50대 아니 100대로도 고칠 수 없는 동물들의 마음의 병. 그리고 자유롭게 뛰놀던 고향을 그리워 하는 그들의 마음. 수의사 잭은 결국 결심을 합니다. 그토록 그리워하는 고향으로 동물 친구들을 데려다 주기로.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동물들을 모두 데리고 그들의 고향을 찾아 나섰지만 수의사 잭과 동물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글의 숲속 나무들은 다 잘려 나가고 나무 밑동만 남아 있어요. 들불에 다 타버린 사바나 들판은 연기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펭귄과 북극곰이 그리워하던 남극과 북극은 흰눈과 빙산들이 다 녹아 없어지고 석유를 퍼 올리는 기계들만 물 위에 떠 있습니다. 하마와 악어가 그리워하던 강과 호수는 다 말라버렸고, 영양과 늑대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했던 맑은 공기와 깊고 푸른 밤의 그 짙푸른 숲이 있던 자리엔 온통 건물과 자동차들로 득시글 댑니다.

내일의 동물원

한편, 갑자기 사라져버린 동물들을 찾아나선 동물원 관리인은 여기저기 흩어진 흔적을 따라 동물들이 떠난 길을 뒤쫓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동물들과 수의사 잭을 찾아내죠. 하지만 관리인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동물원의 우리를 벗어나 고향을 찾아나섰던 동물들이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외로운 섬에 갇힌 채 쓸쓸히 모여 잠들어 있었으니까요.

관리인은 잠든 동물들 곁으로 가서 가만히 생각했어요. 수의사 잭도 잠든 동물들 곁에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어요. 우리가 이 세상을 전혀 다른 곳으로 새롭게 만들어 본다면?

‘어떻게 하면 동물원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을까?’

사실은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닐까요? ‘동물원’이란 공간 자체가 동물들에게는 결코 좋은 곳일 수 없는데, 더 좋은 곳으로 바꾼다? 동물을 보고 싶을 때는 동물원이 아니라 숲으로, 정글로, 사바나 들판으로 가서 본다면 굳이 더 좋은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고민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동물들 역시 동물원의 갑갑한 우리 안에 갇혀 있을 필요도 없구요.

동물을 보고 싶다면 그 동물이 있는 자연에 가서 보라, 이것이 현실적인 주장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극단적인 것인지는 가치 판단의 문제라 생각됩니다. 제 생각엔 차가운 북극해를 누비며 자유롭게 살아야 할 벨루가를 우리가 굳이 수족관에서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에게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실물로 보여주고 싶은 아빠도 있을 수 있겠죠. 어떤 생각이 옳고 그르다 판가름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동물 복지’란 개념이 나오게 됩니다. 비록 인위적인 공간이고 원하지 않는 시선과 손길에 노출된 채로 살아가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그들(동물들)의 입장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자고 말입니다. “내일의 동물원”을 쓴 에릭 바튀 역시 동물원을 없애자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라 적어도 동물들에 대한 깊은 배려가 담긴 동물원을 운영하자는 주장을 하고 싶어서 이 그림책을 만든 것 아닐까요?

아이들과 함께 동물 복지를 실현한 동물원들을 한 번 찾아 보세요. 동물들을 좋아하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동물 복지란 어떤 개념인가요? 제 생각엔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춘다면 그나마 합리적인 동물 복지를 갖춘 동물원 아닐까 생각됩니다. 첫 번째는 그 지역에서 서식하는 동물들로만 동물원을 운영한다. 두 번째는 동물들을 가둬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생태 그대로 살아가게끔 해주고 그들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성된 탐방로에서만 관람할 수 있게 한다.

동물 복지란 인간과 동물들이 서로 자유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지키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함을 가르쳐주는 에릭 바튀의 그림책 “내일의 동물원”이었습니다.


내일의 동물원

내일의 동물원

(원제 : On commence demain)
글/그림 에릭 바튀 | 옮김 박철화 | 봄볕
(발행 : 2019/01/02)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납치되어 우리에 갇힌 채 살아가는 동물원의 동물들, 뿐만 아니라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 버린 그들의 고향. “내일의 동물원”은 동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우리 인간에게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봐줘야 할 책임이 있음을 가르쳐주는 그림책입니다.

동물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수의사 잭과 함께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꿈꾸 보세요! 이 세상을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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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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