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이빨을 보이지 않게 잘 숨기세요.
뾰족한 이빨이 발견되면
다음 날 뽑아버릴 수도 있어요.

온갖 유혹에 넘어가지 마세요.
잘해 준다고 믿었다가
내 몸의 한 부분을 잃어버릴 수 있답니다.

연애만 하고 새끼는 갖지 마세요.
내 고통을 그대로 물려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따금 TV나 각종 매체들을 통해 동물원에 새 식구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는데…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속마음이 어쩌면 정말 저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뜨끔합니다.

지금껏 그들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들도 그럴 거라 생각했었는데… 쇠창살 너머로 바라보면서 어떻게 그들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언제나 두 손 모아 기도하세요.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동물원에 갇힌 채 불행하게 살아가는 동물들을 대변해서 사자 레오가 남긴 마지막 말에 또 한 번 가슴이 뜨끔해집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동물원에 갇힌 동물로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는 말. 그 말은 우리 인간 역시 다음 생엔 인간이 아닌 동물로 태어날 수도 있다는 뜻도 되니까요. 쇠창살 안에 갇힌 채 고향을 그리워하며 자유를 꿈꾸는 동물 말입니다.

동물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고 그들의 본성 그대로 자유로이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그림책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자연을 잘 보존하고 그 안에서 동물들과 우리 인간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작가들의 바람이 담긴 그림책입니다.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허정윤 | 그림 고정순 | 킨더랜드
(발행 : 2019/05/07)

얼마 전 소개한 에릭 바튀“내일의 동물원”이 수의사와 인간의 시각에서 동물복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라면, 오늘 소개하는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은 동물의 입장에서 우리 안에 갇힌 삶을 단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다고, 자신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그림책입니다.

비록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지만 정작 동물들은 단 한 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그림책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아이들과 함께 동물들의 슬픈 절규에 귀기울여 보세요.


함께 읽어 보세요 : 내일의 동물원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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