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담은,

마당을 안고

신발을 안고

‘담’이라는 말이 참 새삼스럽습니다. 그림책 “담”을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 예전에 우리가 살았던 동네가 온통 아파트로 변하면서 그 시절의 담벼락은 우리들 기억에서 잊혀지고 말았구나 하는 생각.

우리 집과 이웃집을 나누는 경계이면서 동시에 이웃끼리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했던 담, 봄이면 연초록 담쟁이 이파리에 물이 오르고 나팔꽃이 기어오르던 담벼락, 우리는 담에 기대어 숨바꼭질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고, 낙서금지라 쓰여진 담에 몰래 맘졸이며 낙서도 하고 놀았죠. 누구야 놀자~ 하고 담 밖에서 친구이름을 부르기도 했고, 온종일 나가 놀던 아이에게 엄마는 밥 먹으러 오라며 담장 안에서 소리치시기도 했습니다. 참새들이 담벼락 위에서 쉬었다 가기도 하고, 담 밖에 쪼그리고 앉아 퇴근이 늦는 아빠를 기다리기도 했죠.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도 언제라도 뛰어 들어가면 포근한 우리집이 기다렸던 곳. 그런 우리집을 다정하게 안아주었던 담…

담은 마당을 안고, 신발을 안고, 우리 가족을 안아주었던 공간이었습니다.

쏟아지는 별들, 밤새 안아 주었던 담


담

글/그림 지경애 | 반달

※ 2015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Fiction – Special Mentions)

집을 감싸는 울타리 담. 담에 기대어 자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시를 담은 풍경화로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담에 기대어 자랐던 엄마 아빠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담”

가족을 품어주었고, 친구들과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고, 별들 마당 가득 안아주었던 담에 대한 이야기, 골목길 구석구석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속에는 시처럼 짧은 글 속에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서정적이면서 담백한 그림이 아련하게 잡힐 듯 말듯 그 시절의 긴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오래된 사진첩을 들여다 보는 기분으로 그림책 한 장 한장을 넘기게 됩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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