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입니다

내 이름은 오퍼튜니티, 나는 화성 탐사 로봇이다.

나는 작고 느리다. 1초에 겨우 5센티미터, 3미터를 가는 데 1분이나 걸린다. 키는 고작 150센티미터, 변신도 못하고 하늘을 날지도 못한다. 힘센 주먹도 무서운 무기도 없다. 그래서 화성을 잘 살필 수 있다. 느릿느릿 굴러가며 꼼꼼하게 본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위험도 없지만 발견도 없다.
나는 화성 탐사 로봇. 가 보지 않은 길로 계속 나아간다.

흙먼지가 자욱한 화성의 붉은 땅에 두 줄기 바퀴 자국이 뚜렷하다.
내가 지나온 길이다.
지구의 누구도 와 보지 못한 길.
어쩌면 우주의 그 누구도 와 보지 못한 길.
내가 만든 길, 나의 길.

나는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
오늘도 나의 길을 간다.

2004년 1월 25일 화성에 착륙해서 임무를 시작했었던 오퍼튜니티(Opportunity)는 2018년 6월 10일 모래 폭풍에 뒤덮인 후 지구와의 연락이 끊겼습니다. 하루 세 번씩 모두 1000번의 신호를 보냈지만 2019년 2월 13일 아무런 대답 없이 모든 작동을 멈췄다고 합니다.

15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미지의 행성에서 홀로 탐사 임무를 수행했던 로봇 오퍼튜니티. 지구로 보내온 사진만 무려 21만 장이 넘고, 그 사진들로 화성에 물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고 화성의 기후가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덕분에 ‘화성의 지질학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합니다.

비록 생명이 없는 기계였지만 지구에서 오퍼튜니티를 관리하고 모니터링했던 사람들은 그를 단순히 기계로만 여기지는 않았을 겁니다. 태양열로 작동했기 때문에 밤이면 사람처럼 잠이 들었고 날이 밝으면 다시 일어나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는 오퍼튜니티는 그들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팀원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마지막 교신 후 더 이상 응답하지 않는 오퍼튜니티를 바로 포기하지 못하고 8개월간 1천번의 신호를 보내며 그의 회생을 애타게 기다린 것만 보더라도 자신들을 대신해 불모의 땅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은 동료 오퍼튜니티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작가 역시 NASA의 연구원들처럼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에게 감정이입을 합니다. 지구에서 여섯 달을 꼬박 날아가야 도달할 수 있는 머나먼 미지의 행성. 대기의 95%가 이산화탄소인 그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기 위한 고독한 탐사의 과정을 태양열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작은 로봇의 마음으로 이야기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위험도 없지만 발견도 없다고, 그래서 매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만 한다고 말입니다.

※ 참고로 현재는 오퍼튜니티와 스피릿(Spirit)으로부터 임무를 이어받아 인사이트(InSight)큐리오시티(Curiosity)가 화성에서 활동중이라고 합니다.


나는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입니다

나는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입니다

이현 | 그림 최경식 | 만만한책방
(발행 : 2019/09/27)

인간을 대신해서 화성을 탐사하는 로봇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나는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입니다”, 모노톤의 그림 속에 담아낸 척박한 화성의 환경 속에서 인류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탐사 대원 오퍼튜니티의 일대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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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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