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수프

아기 고래들과 함께 매일같이 시장에 가지만 엄마 고래가 사는 거라고는 오로지 파. 달랑 파 한 단 사서 돌아와도 엄마 고래와 아기 고래들은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들어간 재료라고는 파뿐임에도 불구하고 엄마 고래가 끓여준 수프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죠.

그렇게 엄마의 정성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수프를 먹고 자란 고래들. 어느새 세월이 흘러 자신의 아기 고래들에게 맛있는 수프를 끓여주는 엄마 고래가 되었습니다. 온갖 맛난 재료들을 다 집어넣고 정성스레 끓였는데… 이상하게도  무언가 모자란 느낌…

이제 엄마가 된 고래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어릴 적 엄마가 끓여주던 고래 수프가 왜 그리도 맛있었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그리고 아기 고래들을 데리고 시장으로 향합니다. 엄마 고래에 대한 그리움 가득 머금고 아기 고래들과 함께 행복한 장보기를 떠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엄마의 수프가 왜 그리도 맛있었는지 떠올랐습니다.

엄마 고래가 아기 고래들과 시장에 갑니다.
파만 달랑 사 가지고 돌아오겠지만 수프는 틀림없이 맛있을 거예요.

엄마 수프에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재료가 들어 있으니까요.

엄마표 고래 수프에 들어간 특별한 재료란 과연 무엇일까요? 자식들에 대한 사랑과 정성? 그거야 당연하겠죠. 제 생각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했던 순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엄마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재잘대고 깔깔대던 그 날의 기억들, 어떤 날은 서운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미안하기도 했었던 그 날의 기억들 말입니다.

여러분들의 기억 속 고래 수프는 어떤 맛인가요? 저의 고래 수프는 쌀알이 불어서 콩알만해진 김치죽입니다. 부족한 찬거리로 온식구 다 배불리 먹이려고 끓여먹던 김치죽. 재미난 건 아내의 고래 수프 역시 김치죽이라는 사실. 처갓집에서는 김치죽을 ‘갱식이’라고 부르는데 떡국 떡이랑 고구마 등등 서울식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더군요.

아주 오래 전 엄마의 따뜻한 정성과 푸근한 사랑이 가득 담긴 음식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 “고래 수프”입니다.


고래 수프

고래 수프

글/그림 야나 | 한솔수북
(발행 : 2019/08/26)

엄마의 진한 사랑이 가득 담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수프를 끓이는 비법이 담긴 “고래 수프”, 갑작스런 몸살에 식은 땀 잔뜩 흘리며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을 때 문득 떠오르는 엄마가 끓여준 따뜻한 국물 한 그릇 생각나게 하는,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엄마 품이 그리워지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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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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