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중근이다

나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다!

탕! 제 1발 명성 황후를 죽인 죄
탕! 제 2발 고종 황제를 강제로 물러나게 한 죄
탕! 제 3발 5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맺게 한 죄

110년 전 중국의 러시아 조계지 하얼빈역 플랫폼. 서른한 살의 대한민국 청년은 누런 얼굴에 흰 수염을 가진 한 늙은이를 향해 총을 뽑아 들고 세 발을 명중시켰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도 청년은 혹시라도 자신이 노렸던 자가 아닐까 의심스러워서 그 뒤쪽에서 겁에 질린 채 우왕좌왕하는 왜놈들 중 하나를 향해 또 한 번 세 발을 명중시킵니다. 이윽고 러시아 헌병들에게 붙잡힌 청년은 “대한 만세!”를 세 번 외칩니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 대한의 청년 안중근이 우리 주권을 흔들고 세계 평화를 깨뜨린 이토 히로부미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총살한 하얼빈 의거 바로 그 날의 모습입니다.

거사 5일 전 안중근 의사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국 하얼빈으로 향하는 열차 3등칸에 오르는 장면에서 시작해 거사를 준비하는 과정과 그의 마음 가짐, 그리고 거사 당일과 순국의 날까지를 장엄하게 담아낸 그림책 “나는 안중근이다”. 반성과 사죄는 커녕 1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때의 무도함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일본과 각을 세우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다잡아주는 그림책입니다.


나는 안중근이다

나는 안중근이다

김향금 | 그림 오승민 | 위즈덤하우스
(발행 : 2019/10/23)

“나는 안중근이다”는 우리 민족의 영웅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한 하얼빈 의거 직전 그의 다짐에서부터 의거 당일, 그리고 체포 후 순국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인물 그림책입니다. 출생에서 사망까지 일대기를 다룬 기존의 인물 그림책들에 비하면 나름 밀도 있게 구성한 점이 돋보이긴 합니다만 본문이 장황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의 그림체를 버리고 묵직하게 그려낸 오승민 작가의 그림 덕분에 왜놈 이토를 향한 안중근 의사의 엄중한 심판과 처벌의 순간에 독자들이 몰입하기에 충분한 그림책입니다.

사나이 큰 뜻을 품고 나라 밖에 나왔네.
일을 꾀하는 건 사람이나,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
장부가 세상에 나옴에 가슴에 품은 뜻이 크도다.
때가 영웅을 지음이여 영웅이 때를 지으리로다.

나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다!
탕! 제 1발 명성 황후를 죽인 죄
탕! 제 2발 고종 황제를 강제로 물러나게 한 죄
탕! 제 3발 5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맺게 한 죄

내가 도망칠 까닭이 없다.
이토를 죽인 것은 오로지
조선의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서인데,
무엇이 그릇된 일인가?
서양 세력에 맞서려면
한중일 세 나라가 각각 대등한 위치에서
동양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나라가 독립되어야 한다.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나는 하얼빈 역에서 독립 전쟁을 벌인 것이다.
그런고로 나는 전쟁 포로이다.
군인은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본분이다.
내가 죽거든 내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독립하거든 조국에 묻어 다오.

위 글은 그림책의 본문 외에 안중근 의사가 남긴 말과 기록들 중에서 인용해 그림 위에 큼지막하게 박아 넣은 글귀들을 정리한 겁니다. 이것만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장황한 본문은 과감하게 빼서 그림책 뒤쪽에 부록으로 안중근 의사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그가 남긴 어록 등을 정리해 주었다면 훨씬 더 좋은 그림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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